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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날 Mar 06. 2022

입춘이 건네는 말

봄은 시작된다는데, 아직 얼어있는 마음에게

작은 텃밭 정원을 몇 년째 가꾸고 있지만 도통 자라지 않는 기술과 지식과 마음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게으른 정원가의 24절기 활용법


입춘(立春) :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2월 4일이나 5일 무렵이다. 태양의 황경이 315°이며, 입추로부터 꼭 반년이 되는 날로, 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날이다. 가정에서는 콩을 문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대문기둥·대들보·천장 등에 좋은 글귀를 써붙인다. 마을에서는 공동으로 입춘굿을 크게 하고 농사의 기초인 보리뿌리를 뽑아 풍흉을 점쳤다. [출처: 다음백과]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난 이월 초순은 아직 춥습니다.

겨우내 아무도 찾지 않아 엎드린 채로 계속 누워있던 땅도, 마당 밖 한 켠을 따라 흐르던 냇물도 한 자리에 멈춘 채로 꽁꽁 언 채입니다. 봄의 기운은 느낄 수가 없어요. 사실 많이 추워서 마당에 나갈 때는 큰 맘을 먹어야 합니다. 맘먹고 마당에 나가 땅도 냇가도 두드려 보지만 겨울잠에서 깰 생각을 하지 않아요.


땅, 냇가보다 내 마음이 더 꽁꽁 얼어있는 것도 같습니다. 일어나기 싫어 5분만 더, 5분만 더 미적거리는 월요일 아침처럼 아직 더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요. 올해 텃밭에 뭘 심을지, 마을에서 공구하는 축분은 신청도 안 했는데 퇴비는 어디서 몇개 사올지, 작년에 캐놓은 구근은 언제 심을지 등등... 계획 세우고 구상할 것들이 많은데 꼼짝을 하기 싫래요.


작년 가을에 떨어 마당에 널브러진 낙엽도 아직 쓸어담지 못했습니다.

몸도 아팠고 그래서 마음도 움츠러들었고 머리도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게으름을 피워보자 스스로를 다독거려 봅니다.


긴 겨울 잘 견뎌내었다고
이제 천천히 기지개를 켜라고
입춘이 내게 말을 걸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봄을 맞이할 '기쁜 마음'만
바닥에 한껏 늘어진
그림자 안에 담아본다.


게으른 정원가의 입춘 활용법

1. 얼어있는 땅, 냇가에 노크하기

2. 길어진 오후 햇살에 그림자 늘어뜨리기

3. 겨울 잘 지낸 몸과 마음과 머리 다독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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