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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날 Mar 13. 2022

경칩, 개구리 날다!

  뒤늦게 낙엽을 쓸어모으며 올해를 기대해 봄!

작은 텃밭 정원을 몇 년째 가꾸고 있지만 도통 자라지 않는 기술과 지식과 마음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게으른 정원가의 24절기 활용법


경칩(驚蟄): 우수와 춘분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3월 5일경에 든다. 이 무렵 기온이 비교적 빠르게 오르고 가끔 봄 천둥이 친다. 경칩은 땅의 얼음이 녹으며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천둥소리에 놀라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는 날이다. [출처: 다음 백과]




계절, 너 참 놀랍다!

입춘이 지나도 우수가 지나도 봄이 오는 것 같지 않더니, 내가 느낄 만큼이 아니었던 것일 뿐, 오고 있었습니다. 땅이 녹고 물이 녹고 바람이 살살 불고, 진짜 봄이 왔습니다.

경칩이 딱 일주일 지난 오늘, 게으른 정원가도 마당을 나섰습니다. 가을 겨우내 여기 저기 흩어져 쌓인 낙엽부터 쓸어 봅니다. 마당 낙엽을 쓸다가 누런 잔디에 벌써 올라오려는 잡초가 보이면 잡초를 뽑다가, 다시 낙엽을 쓸다가 돌마당 쪽으로 퍼진 잔디를 자르고, 다시 낙엽을 줍다 정원에 혼자 쑥 커버린 붓들레아를 대문 옆 소나무 아래 빈 공간에 옮겨 심기도 하고, 다시 낙엽을 쓸다 너무 많이 쌓여 불로 태우기도 하고, 정신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해야 할 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우왕 자왕 올해도 여전히 초보입니다!


불통 튀지 않게 조심 조심 낙엽 태우기
마당 수도 개시!


낙엽 이불에게 바람

지난 해 텃밭 정원에 잡초가 허리춤 만큼 온통 자랐던 터라,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 근심인데, 오늘 아이디어를 하나 내봤습니다. 이것 저것 따져보기도 전에 몸이 먼저 나갑니다. 모아둔 낙엽을 텃밭 정원으로 옮겨 이불처럼 덮어봅니다. 앞으로 자라날 잡초를 낙엽 이불이 덮어주길 바라며, 꽃과 식물들이 자리잡을 두둑을 피해, 고랑 쪽으로 낙엽을 수북히 쌓아봅니다. 그냥 바람에 다 날아가버려 다시 온 마당에 쌓일지, 아님 계획대로 폭신한 발판이 되어줄지.. 한번 기다려 보려 합니다.


비료를 아직 못 사왔어요. 작년에 쓰다남은 비료 두 포대를 아쉬운 대로 두둑 표시도 할 겸 조금 뿌려놓았어요. 밭 전체를 한바탕 뒤집기 하면 속이 시원하겠건만 올해는 생략하려 합니다. 밭 숨 쉬게 해주려다가 내 몸이 못 견딜 것 같아서요.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개구리!

정말 개구리가 나왔더라고요! 어젯 밤에는 개굴 개굴 노래를 부르더니, 오늘 실물을 다소 충격적으로 영접했습니다. 낙엽인 줄 알고 손에 쥐었는데, 개구리였어요!!! 너무 놀라 손을 펼쳤는데, 나보다 더 놀란 듯 한 개구리가 날아 내립니다.


놀란 마음 붙들고 순간포착! 정말 낙엽처럼 보이는 갈색이죠~ 날쌔게 땅을 나는 개구리 뒷발을 보셔요!
개굴 개굴, 반가워!
올해도 사이 좋게 여기서 함께 해
서툴지만 정성껏
욕심부리지 말고 즐기며!



다음날 덧붙임.

이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비가 촉촉히 내려주었습니다. 덕분에 낙엽 이불이 땅에 제법 딱 붙어 주었어요. 이대로 굳건히 이 땅에 있어줄지.. 벌써부터 잡초와 함께 고군분투할 동지애가 솟아납니다.

낙엽 이불이 잘 자리잡게 꼭꼭 밟아주어요
낙엽 치우고 깔끔하진 앞마당 ^……^




게으른 정원가의 경칩 활용법

1. 겨우내 쌓인 낙엽 쓸어 모으기

2. 키만 자란 시든 가지 자르기

3. 텃밭 고랑에 낙엽 이불 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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