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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날 Mar 29. 2022

춘분, 장난처럼 피는 봄

펑펑 내리는 눈, 오미크론과 함께 진짜 봄날이 왔습니다.

작은 텃밭 정원을 몇 년째 가꾸고 있지만 도통 자라지 않는 기술과 지식과 마음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게으른 정원가의 24절기 활용법
춘분(春分) : 경칩과 청명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3월 20일이나 21일 무렵이다. 태양의 황경이 0°이며,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로, 북반구에서는 이날부터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진다. 옛날에는 이날 날씨를 보아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들 것인지 아닌지, 가뭄이 올 것인지 아닌지를 예측하기도 했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는 말이 있다. 농가에서는 봄 밭갈이를 시작하고, 지천에 돋아나는 봄나물을 뜯어 찬으로 삼는다. [출처: 다음백과]



입춘, 우수, 경칩, 춘분까지.. 봄을 앞세운 절기를 네 번째 맞이합니다. 낮도 확실히 길어지고 달력으로도 초봄은 이제 거뜬히 지났다 할만한 3월말입니다. 이번주 들어서는 날씨도 봄날처럼 따스하고 맑네요.

하지만 지난 주말을 떠올려보면...?


겨울 사진 아님  주의! 춘분 이틀 전 사진이예오.


봄의 '밀당'은 장난이 아닙니다!

눈이 정말 펑펑 내렸어요. 겨울 눈도 올해는 이렇게 많이 내린 적이 없었는데, 지난 주말에는 눈이 몇 시간 만에 10센치 이상 쌓여 시골집에 격리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눈이 내리면 시골 길은 제설차가 오기 전까지는 꼼짝없이 파업입니다.

아직 밭도 못 뒤집었고 게으름을 피우는 김에 좋은 핑계가 생긴 주말이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그 와중에 오미크론 증상이 슬슬 발현이 되는 겁니다. 제법 긴 병가를 보내고 회사 복직한지 열흘 정도 되었는데, 이 놈의 오미크론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네요. 코로나 확산 기세를 보면 언젠가 내 차례도 오겠거니 싶긴 했지만 눈으로 고립된 시골집에서 마주하게 된 코로나 자가 키트 양성 반응은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일들, 이렇게 장난치듯 말을 걸어옵니다.

보건소든 병원이든 가서 검사를 하고 약도 받아와야 하는데, 자동차로 갈 수는 없고 택시도 못 들어오고,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내 두 다리뿐. 눈 길에 움푹 움푹 깊은 발자국을 어렵사리 만들어 내며 산을 넘어, 차가 들어올 수 있는 산 반대편 공원 입구까지 가서, 택시를 잡고 보건소에 도착했습니다. 궂은 날씨 덕분인지 기다리지 않고 검사는 잘 받았는데요, 돌아오는 길도 산 넘고 물 건너입니다.

증상이 발현되면서 몸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데 춘분이 코앞인 봄날에 눈이라니요? 눈에 격리되고 코로나로 또 격리되고 이중 격리 상태가 됩니다.

마치 익살스런 아이의 장난처럼, 펑펑 내리는 눈으로 인사하는 봄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한편, 참 재치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날씨라서,
장난치듯 의외의 말을 걸어오는 삶이라서
그럭저럭 가볍게 살 수 있는 거겠지요.


돌아오는 길은 내가 만들어놓은 발자국을 따라 걸으니 한결 수월했습니다. 선구자들의 '족적' 대한 찬사를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앞선 사람의 발자국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직접적으로 알게  것도  흥미로웠어요. (이번이는  발자국! 스스로의 족적이었지만요.)

짓궂은 봄눈과 코로나까지 몸으로 직접 맞이하게 된 춘분 즈음이었지만 이런 일들도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 괜찮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러다 소는 누가 키우나요?

이런 저런 핑계로 춘분을 지나서도 아직 텃밭 정원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꾼이 봄눈에 홀리고 오미크론에 휘청이고 있으니 땅은 누가 일구나요?^^;

그래도 급히 공수한 퇴비를 땅에 얹혀놓기는 했어요.

좀처럼 녹을 것 같지 않던 대량의 봄눈은.. 마법처럼 삼일만에 녹아 없어졌어요. 투명 눈이불 덮은 땅 위로 퇴비를 얹혀놓았습니다.
춘분 지나 내린 반가운 비님이 땅을 더 말랑 말랑하게 만들고 퇴비가 잘 스며들도록 지금도 애쓰고 있겠지 하고 믿어 봅니다.


늘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안내를 따라가며..

다음 절기를 맞이할 때는 우리 땅에도 파릇한 무언가의 생명이 자라나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며 남은 3월을 느긋하게 보내 보렵니다.




게으른 정원가의 '춘분' 활용법

1. 봄눈 기꺼이 맞이하기. 땅이 더욱 촉촉해졌어요.

2. 유행에 뒤쳐질 순 없었니?ㅠ 오미크론 유행 타기

3. 텃밭에 퇴비 얹혀놓고 봄비에게 맡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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