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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날 Mar 08. 2022

우수에 나린 진눈깨비

겨울비인지 봄눈인지 모르게 계절이 흐르고 있습니다.

작은 텃밭 정원을 몇 년째 가꾸고 있지만 도통 자라지 않는 기술과 지식과 마음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게으른 정원가의 24절기 활용법
우수(雨水):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2월 19일 무렵이다. 태양의 황경이 330°이며, 입춘으로부터 15일 후에 오는 절기이다.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으로, 이 무렵부터 날씨가 많이 풀리고 나뭇가지에 싹이 돋기 시작한다. [출처:다음백과]



눈 대신 비가 내린다는 올해 우수에 진눈깨비가 나렸습니다. (진눈깨비는 '내린다'보다 '나린다'가 더 어울려요. 공중을 날 듯 방황하다 내려오거든요. 눈으로 땅에 닿을지 비로 땅에 닿을지 고민하는 움직임 같아요.)


입춘도 지났고 해도 부쩍 길어졌지만, 아직 춥고 땅도 얼어있는 올해 이월 중순에는 비도 눈도 아닌 진눈깨비가 나리는 풍경은 참 절묘합니다. 자연의 '현명한 처분'이라 느껴집니다.


이월의 둘레길 호수는 아직 얼어있어요. 하지만 표면은 아직 얼음으로 덮여있어도 안으로는 얼음이 물이 되어 조금씩 흐리고 있을 거예요. 자연의 흐름은 우리의 눈과 귀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또 은밀하게 움직이니깐요.


내 직관, 기분과 상관 없이,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 그러하니,
울퉁 불퉁한 삶 안에서도
멈추지 않고 흐를 수 있구나
생각해 봅니다.


텃밭 정원이 있는 나의 아지트에는 눈이 내리고 있을까, 비가 내리고 있을까, 도시의 둘레길을 걸으며 상상해 봅니다. 우수가 지나도 게으른 정원가의 겨울잠은 진행 중이니, 텃밭 정원 곁에 있어도 별 다른 일은 없었겠지요. 그래도 절기가 하나씩 지날 때마다, 곧 몸소 느끼게 될 봄을 기다리며 올해 텃밭 정원을 가꾸며 만나게 될 일들을 살포시 기대해 봅니다.


삼년 전 그림일기를 보니 그 해 이월에는 겨울비가 땅을 흠뻑 적셨습니다. 이월에 내리는 겨울비, 봄눈. 진눈깨비까지도 어쩐지 우수에 가득 젖습니다. 우수가 있는 계절이라 그럴까요?



게으른 정원가의 우수 활용법

1. 우수에 젖은 눈,비 맞기

2.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느끼며

3. 몸소 느끼게 될 봄을 기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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