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인지 봄눈인지 모르게 계절이 흐르고 있습니다.
작은 텃밭 정원을 몇 년째 가꾸고 있지만 도통 자라지 않는 기술과 지식과 마음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게으른 정원가의 24절기 활용법
우수(雨水):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2월 19일 무렵이다. 태양의 황경이 330°이며, 입춘으로부터 15일 후에 오는 절기이다.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으로, 이 무렵부터 날씨가 많이 풀리고 나뭇가지에 싹이 돋기 시작한다. [출처:다음백과]
눈 대신 비가 내린다는 올해 우수에 진눈깨비가 나렸습니다. (진눈깨비는 '내린다'보다 '나린다'가 더 어울려요. 공중을 날 듯 방황하다 내려오거든요. 눈으로 땅에 닿을지 비로 땅에 닿을지 고민하는 움직임 같아요.)
입춘도 지났고 해도 부쩍 길어졌지만, 아직 춥고 땅도 얼어있는 올해 이월 중순에는 비도 눈도 아닌 진눈깨비가 나리는 풍경은 참 절묘합니다. 자연의 '현명한 처분'이라 느껴집니다.
이월의 둘레길 호수는 아직 얼어있어요. 하지만 표면은 아직 얼음으로 덮여있어도 안으로는 얼음이 물이 되어 조금씩 흐리고 있을 거예요. 자연의 흐름은 우리의 눈과 귀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또 은밀하게 움직이니깐요.
내 직관, 기분과 상관 없이,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 그러하니,
울퉁 불퉁한 삶 안에서도
멈추지 않고 흐를 수 있구나
생각해 봅니다.
텃밭 정원이 있는 나의 아지트에는 눈이 내리고 있을까, 비가 내리고 있을까, 도시의 둘레길을 걸으며 상상해 봅니다. 우수가 지나도 게으른 정원가의 겨울잠은 진행 중이니, 텃밭 정원 곁에 있어도 별 다른 일은 없었겠지요. 그래도 절기가 하나씩 지날 때마다, 곧 몸소 느끼게 될 봄을 기다리며 올해 텃밭 정원을 가꾸며 만나게 될 일들을 살포시 기대해 봅니다.
게으른 정원가의 우수 활용법
1. 우수에 젖은 눈,비 맞기
2.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느끼며
3. 몸소 느끼게 될 봄을 기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