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T 수칙 5 - 불 없는 머무름

불은 도구이자 위협

by 우주사슴

불은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생존의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연을 파괴하는 가장 거대한 힘이기도 합니다.

LNT 수칙 5번 "모닥불은 피하기"는 단순히 화재 위험을 피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불을 다루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불을 피우는 순간 우리는 자연의 균형을 흔들 수 있습니다.


수칙 자체는 모닥불을 최소화 하자(Minimize Campfire Impacts) 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산림에서 화기사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불을 사용할 수 있는 (허가된) 공간에서 최소화 하자라는 흐름으로 논지를 약간 변경하겠습니다.


2025년 한국 산불이 남긴 교훈


2025년 3월, 청도에서 시작된 전국 동시다발 산불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한순간의 불씨가 10만 헥타르 이상 (서울의 1.7배)의 숲을 집어삼키며 32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로 기록되었습니다.


불타는 숲은 단지 나무만 잃는 것이 아닙니다. 동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수질이 오염되며, 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어 기후 위기를 가속합니다. 작은 모닥불 하나가 낭만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이 남긴 흔적은 세대를 넘어 되돌릴 수 없는 파괴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내 산에서는 화기사용이 불법


한국에서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모든 산림에서 화기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국립공원이나 야영장의 일부 허용된 시설을 제외하면 불은 낭만이 아니라 불법입니다.


이는 단순한 안전 수칙이 아니라, 기후 위기와 산불의 현실 앞에서 공동체가 합의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입니다.


불 없는 머무름의 의미


불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뜻함은 적절한 옷과 침낭으로, 빛은 휴대용 랜턴으로, 음식은 비화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다회용기를 활용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불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입니다. 숲에 남겨진 검게 그을린 흔적은 단순한 자국이 아니라, 우리가 책임지지 못한 행위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불은 가까이하면 화상을 입고, 멀리하면 추위에 떱니다. 인간관계도 그렇습니다. 불과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절제된 거리이며, 그 균형이 무너지면 따뜻함은 곧 위협으로 변합니다.


인간의 불과 존재의 절제


불은 힘의 상징이지만, 절제되지 않은 힘은 재앙이 됩니다. 인간이 자기 자리에 서야 의미가 있듯, 불도 제자리에 있을 때만 생명을 지탱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불은 존재 자체를 위협합니다.

자연을 지키는 일은 결국 인간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불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로부터 보호하는 방식입니다.


날것의 불, 절제되는 불씨


불은 자연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상징적입니다. 분노의 언어, 증오의 확산, 무책임한 행동은 공동체를 불태우는 불과 같습니다. 절제되지 않은 불은 관계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잿더미로 만듭니다.


불을 피우지 않는 태도는 사회에서도 절제와 성숙의 표현입니다. 타인을 불태우는 말보다, 함께 따뜻함을 나누는 도구를 선택해야 합니다.


실천 방안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법적 원칙 준수 – 산림에서는 불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허용된 시설 외에서는 절대 불을 피우지 않습니다.

대체 수단 활용 – 랜턴, 핫팩, 발열팩, 적절한 의복과 장비를 준비합니다.

일단 비화식을 해보세요. 배낭이 가벼워지고, 쓰레기도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완전한 진화 – 허용된 구역에서 불을 사용했더라도 재가 남지 않도록 철저히 끕니다. 물과 흙으로 덮어 반드시 확인합니다.

불자국 지우기 – 불을 피운 흔적을 원래 모습으로 회복합니다. 불 피우기 전에 내화성 매트를 깔고 불을 피운다면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불 절제 – 관계 속에서도 언어와 행동의 불씨를 절제합니다. 불은 따뜻함을 줄 수도 있지만, 쉽게 타인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Fire Pan을 사용하여 흔적을 남기지 않아요.


불을 피우지 않는 것은 자유의 제한이 아니라 자유의 확장입니다. 우리는 불을 다스릴 수 있을 때 비로소 불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자연은 이미 충분히 풍요롭습니다. 우리가 불을 들여놓지 않아도, 그 자리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2025년 산불이 남긴 교훈은 단순합니다. 인간이 절제하지 못한 불은 결국 인간을 삼킨다는 사실입니다.
불 없는 머무름은 자연과 나 자신을 지키는 약속이며, 그 약속은 미래 세대에게 더 넓은 자유와 더 깊은 안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저는 LNT Instructor Level 1입니다.

Level은 2종류가 있으며,

Level 1(트레이너)은 일반인들에게 LNT 7대 수칙을 전파하는 활동을 합니다.

Level 2(마스터)는 Level 1(트레이너)을 양성하며, 다양한 방법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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