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찾아서,

taste in life.

by 우주사슴

취향이라는 말은 흔히 가볍게 쓰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감각과 사고가 응축된 구조다. 음악, 음식, 산책,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풍경과 소리, 사소한 경험까지, 취향은 삶의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 자극, 설명되지 않는 끌림이 뒤섞여 만들어진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하고, 수많은 자극을 걸러내며 자신만의 기준과 질감을 구축한다. 외부의 영향은 결코 완전히 배제될 수 없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재배치하는 과정 속에서 개별적 취향이 형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취향은 단순한 선호를 넘어, 자아를 드러내는 작은 지문이자 삶을 해석하는 도구가 된다.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은 극적인 계시나 큰 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의 사소한 순간, 순간의 끌림 속에서 드러난다. 마음이 오래 머무는 장면, 이유 없이 편안함을 주는 음악, 손이 자주 향하는 물건, 반복해서 선택하게 되는 장소와 경험들을 관찰하며 기록하면, 감각의 패턴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 패턴을 언어로 붙잡아두고 설명하려 시도할 때, 비로소 자기 감각은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취향을 찾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감각을 구조화하고, 그것을 통해 자기 인식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선택의 반복이 아니라, 경험의 의미를 해석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작업이 된다.

취향은 내적 기둥과 같다. 무엇이 나에게 안락함을 주고, 어떤 요소가 내 감정을 움직이는지 탐색하다 보면 정서적 구조와 무의식적 요구가 드러난다. 이 과정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조용한 안정감을 제공하며, 외부 판단과 속도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힘을 길러준다. 그러나 취향이 항상 긍정적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의 폭이 좁거나 취향이 지나치게 내부 기준에 고정되면 세상과의 연결을 제한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줄어든다. 편협한 취향은 판단을 경직시켜 타인의 관점이나 새로운 경험을 무시하게 하고, 과도하게 취향에 의존하면 자기 정체성과 동일시되어 작은 변화나 실패에도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취향은 지탱의 축이 되면서도, 유연성을 잃으면 제한의 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타인의 취향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를 배척하거나 고립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이는 단지 자신의 판단 기준을 스스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외부의 영향을 참고하되, 선택을 대신하게 두지 않는 태도가 성숙한 자유로 이어진다. 취향을 찾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세계와 부딪히는 과정을 포함한다. 낯선 장르, 예상하지 못한 조합, 익숙하지 않은 경험을 시도하며 자신의 감각 영역을 실험하고 확장할 수 있다. 경험의 폭이 넓을수록 취향은 편협해지지 않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된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타인의 취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각자의 취향은 형성 과정과 경험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차이는 경쟁이나 위협이 아니라 정보로 보이게 된다.

나의 취향은 음악, 아웃도어, 일본, 여행 각각의 세상을 향해 지속적으로 외연을 확장 중이다. BUMP OF CHICKEN 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서사와 RADIOHEAD 로부터 항상 받는 영감과 자극, 악기를 연주하며 얻는 신체적 정서적 공명, 산과 도시를 오가며 걷는 순간의 사유, 일본사회로부터의 여러 가지 흥미로운 발견거리, 전 세계와 우리나라에서 마주하는 문화와 풍경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내 사고와 감각을 조직하는 신호다. 이러한 경험들은 거미줄처럼 교차되어 지수함수처럼 확장되며, 내가 어떤 세상을 선호하고, 어떤 리듬으로 호흡하며, 어떤 방식으로 삶을 경험하는지를 알려준다. 나의 취향은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사고와 감각을 동시에 조직하는 구조이며, 삶의 방향을 잡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취향은 삶을 풍족하게 만든다. 화려하거나 특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세계와 감각의 집을 갖게 해 삶의 외로움을 견디는 방식을 바꾸기 때문이다. 혼란과 불확실 속에서도 다듬어진 취향은 방향을 잃지 않게 하고, 자기 삶을 지탱하는 축이 된다. 취향을 발견하고 확립하는 과정 자체가 안정과 성찰을 제공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구조적 작업이 된다.

결국 취향을 찾는 일은 자기 이해와 타인 이해, 삶의 균형을 위한 탐색이다. 취향이 주는 안정과 성찰은 외로움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그 속에서도 견고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나를 지탱하는 작은 축, 감각의 집, 내적 기둥으로서 취향은 삶의 풍요와 자기 신뢰를 동시에 길러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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