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뛰는 이유.

생존이다.

by 우주사슴

나는 위기의 순간에 살아남기 위해 운동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한다. 내게 운동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준비이며 방어다. 몸은 결국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도구이며, 위기 앞에서는 의지만으로 버틸 수 없다. 마음으로 다짐한다고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체력은 내가 세상과 맞서고, 나와 타인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다.


세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불확실한 일은 언제든 발생한다. 재난, 질병, 사고, 혹은 가족이나 친구의 위급한 순간,


그때 필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다.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달려가고, 들어 올리고, 버티는 일은 생각이 아니라 근육이 수행한다. 그래서 나는 늘 ‘살아남을 수 있는 정도의 몸’을 유지하려 한다.


이를 위해 나는 하루일과 속에 운동을 섞는 식으로 몸을 움직인다.

살아감에 있어 하루하루에 주어진 시간을 헛 것으로 보내지 않고 밀도 있게 채우기 위해서이다.


월요일에는 남산을 달린다. 동대문에서 따릉이를 타고 이태원으로 이동한 뒤, 9킬로미터에 달하는 업힐과 다운힐을 1시간 20분 동안 달린다. 단순한 유산소 운동이 아니라, 심폐 지구력과 하체 근지구력, 지형 적응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코스다. 오르막에서 호흡을 조절하며 근육이 점점 지치지 않도록 버티는 순간, 순간 회복력과 정신적 집중력도 함께 훈련된다. 이 정도는 매주 해온 것이니까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라는 감각을 몸에 반복해서 씌운다.


화요일 ~ 목요일에는 퇴근해서 집에 도착해서 12분 코스의 맨몸운동을 한다. 왜 이리 짧은 거냐 할수도 있겠지만, 집에 도착하면 보통 22~23시 정도 된다. 다음날을 준비하는 순간을 쪼개 12분간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다.


별도의 장비 없이 체중만을 활용하는 동작으로 구성되어, 푸시업, 플랭크, 프레스, 등이 포함된 상체 강화운동이다. 짧지만 강도 높은 루틴으로 상체 근력 밸런스를 보완한다. 시간은 짧지만 몸에 주는 자극은 있다. 유산소와 하체운동으로 이루어진 나의 운동에 그나마 상체를 갖추기 위한 작은 장치이다.


사무실에서는 29층 계단을 오르내린다. 하루 한두 번, 계단을 선택한다.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거나 올라오며, 퇴근하며 내려간다. 짧지만 강한 자극으로 하체 근육의 폭발력과 폐활량을 동시에 단련한다. 순발력과 균형 감각도 향상되며, 장시간 앉아 있는 사무 환경에서 오는 혈액순환 저하를 예방한다. 단순히 운동이라기보다, 도심 속의 산행 같다. 이 시간에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화요일 ~ 목요일까지는 청계천을 따라 40분 정도 산책한다. 이는 종각에 있는 어학원을 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속도를 높이지 않은 느린 보행 속에서, 하루의 피로와 긴장을 풀고 호흡과 리듬을 조정한다. 운동이라기보다는 회복과 재정비에 가까운 루틴이다. 걷는 동안 주변 풍경과 소리를 느끼며 몸의 균형과 감각을 재조정하는 시간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생존 준비의 일부다.


주말에는 주로 트레킹을 한다. 자연 속에서 감각을 회복하고,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며, 평일 루틴에서 채워지지 않은 체력적 요소를 보완한다. 긴 시간 걸음을 유지하고 다양한 지형을 경험하는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길러준다.


나는 이 루틴을 통해 빠르거나 강한 사람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 언제든 몸을 쓸 수 있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끌 수 있으며, 한밤중에도 달릴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운동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위기의 순간, 체력이 없다면 책임감은 말뿐이 된다. 지킬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


언제든 살아남을 수 있는 정도의 체력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주어진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사용하는 것.

그것이 내가 매일 몸을 움직이는 이유다.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생존과 책임, 그리고 하루를 완전히 쓰는 방식으로서 내 삶의 중심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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