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편지
“네 언니랑 너랑 판박이더라.”
집 앞의 작은 슈퍼마켓.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아주머니가 건넨 말이었어.
“네. 자매니까요.”
나는 달걀을 고르면서 아주머니에게 답했어.
좁다란 진열대에는 식료품과 과자와 라면이 가득 놓여 있었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과자 몇 개. 사람들의 손이 닿았을, 바스락거리는 라면 봉지. 흙 묻은 당근. 대파. 반으로 잘린 무.
“어머니 혼자 일하느라 힘드시겠다. 네가 많이 도와야겠어.”
아주머니는 나를 건너다보며 말했어. 나는 품에 안은 식료품을 계산대 앞에 내려놓았어.
보글보글 파마를 하고 누빈 회색 옷을 입고, 겨울이면 두꺼운 목도리를 둘둘 감고서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슈퍼 아주머니.
내가 조그맣게 대답하자 아주머니는 엷은 미소를 지었어. 다정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웃음. 동정하는 걸까, 아니면 온 마음으로 나를 생각해 주는 걸까. 내 이름도 모르면서 나를 걱정해주는 걸까.
“그래. 힘들겠지만, 셋이서 열심히 살다 보면 빛을 볼 날이 있을 거야.”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너, 대학 다니니?”
“네.”
“무슨 과인데? 우리 애도 이번에 대학 들어갔거든. 혹시 비슷한 과인가 해서. 어쩌면 같은 학교일지도 모르겠다.”
아주머니의 옆얼굴이 저무는 해에 은은하게 빛났어. 나는 우물쭈물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다가 대답했어.
“피아노를 해요.”
“돈이 많이 들겠네. 생활비도 빠듯할 텐데, 음악을 한다니.”
어쩌면 아주머니는 나에 관한 모든 걸 알고 있을지도 몰라. 아르바이트로 돈을 보태도 빠듯하다는 걸 알고 있을까. 등록금을 내기에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매일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가 방에 틀어박혀 텔레비전만 본다는 것도. 돌아가신 아버지 방에 상자 쓰레기가 나날이 늘어간다는 것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어쩌면 전부 꿰뚫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잘 가렴.”
아주머니는 웃으며 나에게 카드와 영수증을 건네주었어. 나는 식료품을 차곡차곡 담은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