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오늘은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려고 해.
있잖아. 오늘 아침엔 날이 맑았어. 어느덧 가을에 접어들어, 제법 날씨가 선선해졌거든. 그래서 시원한 바람도 불고 햇살도 따사롭고, 무엇보다 그윽한 가을 향기가 기분 좋은 아침이었어. 너도 알다시피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잖아. 하얀 구름이 동동 떠다니는 하늘을 바라보는 게 어찌나 좋은지. 난 말이지, 공원 벤치에 앉아서 하늘을 보는 걸 정말 좋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하늘만 올려다보는 거야. 정말 좋아. 맛있는 크림 케이크보다 더.
창문을 열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았어. 한참을 그렇게 앉아서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느끼고 있었지.
아침부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어 보니,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지 언니가 불 앞에 서서 분주하게 요리하고 있었어. 기름에 달군 팬에 마늘을 볶는 냄새. 나무 도마에 통통 울리는 식칼 소리. 보글보글 끓는 국물 소리.
나와 언니와 어머니는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어. 오랜만에 셋이서 먹는 느긋한 아침이었지.
아침을 먹고 집 앞을 산책하기로 했어. 날씨가 좋아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도 보였어. 나는 천천히 공원을 걸었어. 바람에 흔들려 사르락거리는 나뭇잎 소리와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오렌지빛 플라타너스.
집에 돌아가자, 내 앞으로 편지가 와 있었어. 두꺼운 종이에 포장된 묵직한 봉투. 편지를 가슴에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가 열어 보았어. 편지 위에 그런 말이 적혀 있었어.
「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