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편지
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 공책을 꺼내서 연필로 날짜와 제목을 적었어. 별것 아닌 일인데도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어. 어릴 적 마루에 누워 발을 동동거리며 글을 썼던 것처럼 말이야.
집 밖으로 나가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났어. 우리는 조용한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카페에 둘러앉아 책 이야기를 했어.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사람들은 내가 쓴 글을 읽어주었어.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었어. 마음이 들뜨고, 기분 좋은 일.
가을이 되어 학교에 돌아간 나는 글 쓰는 수업을 듣게 되었어. 수업에서 글을 쓰는 방법과 문학에 관해 배웠고, 글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나의 이야기’를 써 오세요. 아팠던 일, 힘들었던 일, 행복했던 일. 얼마 전의 일, 그리고 아주 어릴 적의 일. 어떤 것이든 좋으니 ‘내’가 겪었던 일들을 표현해 보세요.”
교수님은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어. 다음 주 과제는 글쓰기. 나의 이야기 쓰기.
무슨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나는 생각해 보았어. 초등학생 시절 더운 여름에 언니와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이야기를 쓸까? 부모님을 따라 계곡에 갔던 일을 쓸까? 그것도 아니면…….
집에 돌아온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고민에 빠졌어. 어둑한 방에 탁상 전등만 켜 놓고서, 생각에 잠겼어.
곰곰 고민하다가 연필을 들었어. 문득 내 마음에 조용히 내려앉는 이야기가 떠올랐던 거야. 소리 없이 마음을 적시는 나의 이야기가.
“이 글을 낭독하고 싶어요.”
넓은 강의실에서 한 학생이 손을 들어 내 글을 읽겠다고 말했어.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학생은 조용히 숨을 가다듬고 입을 열어 글을 읽기 시작했어. 문장을 읽어 내려가던 학생은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어. 그때 왜 그렇게 충만한 기분이 들었을까. 하염없이 우는 그 목소리에, 나는 왜 그렇게 위로를 받은 걸까.
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싶어. 좋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어.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면, 그리고 아픔을 보듬어 준다면, 나는 앞으로도 글을 쓰고 싶어.
조금 더 살아보고 싶어.
조금만 더, 삶을 느껴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