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을 위하는 아이

나의 달콤함 vs 아름다운 실천

by 지혜
나의 모든 행위는 지구별 위에서 순환하고 있다.

<1가지 상황>

본집과 남해 집, 두 집을 오가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즉, 기본적인 생필품이 2개씩 필요한 상황이었다. 남해 생활을 시작하며 한동안 매트리스, 책상, 드라이어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필품 - 엄밀히 말하자면 그냥 생활용품을 이 집, 저 집 양쪽 집에 구비해 두느라 바빴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도 잔뜩 배달시켰다. 생활공간을 단장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물품이 필요해 보였다.


<3가지 이야기>

1. 나비 효과

“브라질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텍사스의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나비효과는 하나의 작은 사건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2. 그림책 '내가 라면을 먹을 때'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내가 라면을 먹을 때'라는 유명한 그림책이 있다. 내가 라면을 먹는 순간에 지구의 한쪽 어린이들은 바이올린을 켜고 요리를 한다. 내가 라면을 먹는 순간에 지구의 다른 쪽 어린이들은 물을 긷고, 소를 몰고, 빵을 판다. 그리고 쓰러져 누워있는 아이도 있다.


3. 딸의 반 과학 수업

아이들과 생태계에 대해 배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본다. 그리고 또 다른 수업 시간에 순환의 개념을 접하게 된다. '물질은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고 순환한다.'


<3가지 생각>

위 1가지 상황, 3가지 이야기를 통해 아래 3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


1. 작은 행동이 가져올 예측 불가능한 상황

2. 한쪽의 고난, 다른 쪽의 풍요

3. 지속 불가능한 삶의 방식


나는 지구 환경 및 타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살아왔던 것일까? 편리함을 주는 물건을 필수품이라 믿고 과잉 소비를 한건 아닐까? 누군가의 고난에서 온 커피와 바나나를 소비하고, 깨끗한 집에 살며 미세 플라스틱을 얼마나 많이 배출했던 걸까?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얼마나 줄여갈 수 있을지 막막했다.


기업이 만드는 달콤한 소비 촉진용 멘트에 깊이 세뇌되어 잘못된 것을 분별할 힘을 잃고 있었다. 넘치는 물건과 저렴한 가격, 그것이 주는 편리함에 젖어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삶을 간과하고 있었다. 당장 내 눈앞에서는 사라지는 플라스틱을 분리수거라는 명목 하에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는 자각이 들었다. 내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를 점검해보았다. 생필품과 생활용품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였다. 자체 점검 결과 '미니멀리즘 철학이 필요함.'이라는 진단을 스스로 내렸다. 얼마 전까지 미니멀리즘이 트렌드였다. '적게 소유하고 더 깊이 존재하자.'라는 미니멀리즘 철학은 풍요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간소함에서 오는 해방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 해방감은 나에게도 그리고 온 지구에도 필요해 보였다.


<Live without it>

최근 나는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더욱 쉬워진 N차 소비 및 나눔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쓸모를 다한 물건들이 필요한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한다. 이미 사놓은 물건들에 책임을 다하고 - 다 쓰기 전에는 새 물건을 사지 않기로 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려 애쓰며, 베이킹소다로 된 세제를 사용한다.


그리고 남해 집에서 의식주 전반에 걸친 'Live without it-그것 없이 살아보기'를 실험 중이다. 그릇의 가짓수가 수십 개일 필요가 없음을, 일주일에 2-3벌의 옷이면 충분히 깔끔하게 생활할 수 있음을, 소파 없이도 큰 불편함이 없음을, 사심이 가득 담긴 화장품은 실은 1-2개면 충분했음을 알아가고 있다.

<지속 가능한 과제>

일전에 방송에서 '봉지에 담긴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내가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봉지에 담겨있다는 충격을 받았다. 봉지를 줄여가는 것이 요즘 나의 두 번째 과제이다. 최대 과제는 딸을 포함한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딸에게 샴푸, 플라스틱 등의 사용을 줄이자고 말할 때, 지구 환경을 살펴보려 애쓴다. 딸과 함께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공정무역제품인지 살피며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살펴보려 애쓴다. 또 파프리카를 살 때 비닐봉지에 담지 않고 계산한 후 집에서 깨끗이 씻은 후 보관하기도 한다.


소소한 소비의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 그 속에 깃든 나와 타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면 어떨까? 에코백을 챙겨 마트에 가보면 어떨까? 부모님의 작은 말, 작은 행동으로 인해 아이들이 나의 달콤한 생활과 지구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알고, 지구를 위한 아름다운 판단과 실천을 이어가는 모습을 그려 본다.


'우리 함께 웃으며 성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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