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뮹재 Dec 26. 2022

[광주 송정] 오리랑 추어랑

광주 로컬 오리탕 맛집


 출장을 갈 일이 생겨서 광주로 갔는데, 점심을 먹을 시간이 있어서 현지 맛집으로 소개받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깔끔하게 인테리어 된 식당이었다. 힙하거나 세련되지 않았지만 어른들의 눈높이에서는 아주 깔끔한, 식사를 하기에 제격인 인테리어였다. 꽤나 넓은 홀에는 테이블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오밀조밀 들어가 있었고 특히나 마음에 드는 점은 식당 외부 창이 큼직하게 벽 전면으로 나 있어서 점심시간 따사로운 햇볕이 충분히 들어와 밝은 느낌이 좋았다. 그러한 밝은 느낌에 오리구이 불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다소 어색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적당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의자를 하나 더 가지고 와 5명이서 자리를 잡았다. 주문은 오리탕으로 통일. 사실 이 식당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오리탕을 먹기 위해서였다.



옛날 광주를 방문하였을 때 상무지구에 있는 '영미오리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진득한 들깨가 어찌나 고소하던지 가히 일품이었다. 그 뒤 다른 지역에서도 한번 먹어보기 위해서 찾아보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파는 오리탕은 맑은 백숙에 가까웠다. 그래서 광주에 온 김에 혹시나 해서 출장 간 곳 인근 오리탕을 검색해 보니 들깨가 들어가길래 다짜고짜 방문하였다.





밑반찬


간단한 밑반찬이 금방 나왔다. 점심시간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에 비해 일하시는 분의 수가 적어 보였는데도 생활의 달인을 보는 것처럼 여유롭게 제때제때 반찬과 음식을 제공해 주셨다. 반찬은 정감 가는 놈들로 나왔다. 배추김치, 양파김치, 꽈리고추멸치조림, 콩나물무침, 미나리무침 이렇게 5가지로 테이블이 결코 허전하지 않았다. 이 중에서 역시 배추김치는 가히 예술이었다. 2년은 족히 묵었을 정도로 색이 아주 짙었다.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치 오래될수록 깊은 고동색을 자아내는 원목가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먹으면 엄청 시큼하겠지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시큼한 맛보다는 아주 살짝 새콤한 것이 비빔국수에서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감칠맛이었고 볶은김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살짝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풍겨져 나왔다. 혹시나 사장님께 볶은김치냐고 물어보니 비법으로 담은 생김치라고 하셨다. 비법은 당연히 비밀이었다.





오리탕 8,000원


반찬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리탕이 바글바글 끓으며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위에는 생 미나리가 마치 토핑처럼 올려져 있었는데 뜨거운 오리탕의 열기에 금방 숨이 죽었다. 색이 뼈해장국에 가까웠다. 영미오리탕의 그 마일드한 색이 아니고 보는 것만으로 매콤함이 느껴지는 색이었다. 1인당 들깨가 한종지에 하나씩 나왔는데, 아마도 들깨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인 것 같았다. 필자는 들깨오리탕을 먹기 위해서 방문하였기 때문에 아낌없이 듬뿍 넣었다. 색은 금방 연해졌는데 그래도 워낙 매콤한 색이 진했던지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오리탕 8,000원


 국물을 먼저 한 숟갈 조심스레 먹어보았다. 진국이었다. 육수를 오리뼈로 제대로 냈는지 닭 육수와는 다르게 오리 특유의 풍미가 묵직하게 담겨 있었다. 싱겁지도, 짜지도 않았다. 속이 시원해지는 말 그대로 진국이었다. 소주 생각이 어찌나 나던지 참느라고 고생하였다. 미나리의 향이 적절하게 오리탕과 어우러져 서로서로 상호보완적으로 맛있는 풍미를 자아내었다. 생각보다 들깨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역시 들깨 오리탕을 먹으려면 영미오리탕에 방문해야 하나 보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오리고기를 먹어보았는데 닭과는 천지차이였다. 단단한 식감이 마치 육고기를 연상시켰다. 자칫 질길 수도 있었지만 푹 고아 내어서 그런지 질기지는 않고 단단한 식감은 뭉근한 국물과 함께 먹으니 자연스럽게 육질이 국물에 잘 풀어졌다. 작게 손질된 오리가 들어 있었는데, 고기의 양이 삼계탕 같은 요리와 비교하기에는 적었지만 그래도 꽤나 많았고 먹기에 오히려 수월했다.






오리고기


 오래간만에 땀이 삐질삐질 흐를 정도로 열심히 식사를 하였다. 오리탕은 1인분이었지만 뚝배기 안에서 오리와 국물, 그리고 채소들의 완벽한 화합의 장이었다. 진한 국물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밥 한 숟갈이 떠졌고 몇 번 씹다가 심심하지 않게 맛있는 김치를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오리고기는 젓가락으로 집어 마치 고기반찬을 먹듯이 먹으니 8,000원에 푸짐한 점심 한상을 즐길 수 있었다. 오리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아서 생 오리로스도 꽤나 맛있을 것 같았는데, 다음으로 기약하였다.



어르신들과 현지인들이 부담 없이 오리탕, 또는 오리로스에 소주 한 잔 기울이기 좋은 다분히 일상적인 맛집에 현지인처럼 즐길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숨은 맛집들이 곳곳에 숨어있으니 앞으로도 부담을 내려놓고 가볍게 이런저런 식당들을 다니며 식사를 즐기고 싶다.





The end.


댓글은 사랑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대구 대봉동] 더피자사운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