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는 밤중에 홀로 위스키를 마시고는 뜨거운 응어리가 목젖을 넘어가 식도를 굴러 위장으로 추락하는 모든 과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까 식도가 어디서 끝나고 위장은 어디에 있는지 탐닉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황홀해했는데 그것은 일평생 두터운 피부밑에 꼭꼭 숨어 지독한 신비주의를 지키고 있는 저 오만한 내장을 무자비하게 더듬고 폭로한 데서 온 쾌감이었건만 응어리의 정복이 십이지장 앞에서 좌절되자 내장은 얇게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또다시 승리했노라 선언했고 모멸감에 사무친 그는 종아리 위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뱀을 집어삼켰으니 비늘 때문에 혓바닥이 피투성이가 된 것은 유감이다마는 뱀의 머리부터 꼬리가 식도를 내려가 십이지장을 거쳐 소장은 물론이요 대장까지 꿈틀거리며 나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므로 내장은 숨죽여 흐느꼈고 그는 뱀이 방향을 꺾을 때마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