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프롤로그] _ 왜 '제주'를 '브랜드'로 읽으려 하는가
제주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섬이자 여행지다.
연간 약 1,30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그 수치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언제부턴가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렌터카,
카페 투어, SNS 인증샷,
주말 2박 3일짜리 효율적 일정 속에서
섬을 ‘체크인’하고 ‘체크아웃’하는 소비자들이 되었다.
나는 제주에서 태어나 24년을 살아왔다.
돌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귤꽃이 피는 계절의 냄새,
빗소리에 젖은 흙길,
어릴 적 자전거를 끌고 오르던 골목,
모두 내 일상의 배경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잠시 섬을 떠났다가
방학마다 돌아올 때,
제주는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
익숙했던 골목은 카페 거리가 되었고,
시장 어귀에는 플리마켓이 들어섰으며,
로컬 식당은 관광객용 다이닝으로 변모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빠르게 소비하고 인증하는 여행 패턴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트렌드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어디서든 ‘핫플레이스’를 찾고,
어디서든 ‘좋아요’를 기대한다.
따라서 문제는 욕구 자체에 있지 않다.
문제는 그 욕구를 조율할 수 있는
브랜드 설계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제주다움이 빠진 인증과 소비가 반복되고,
섬의 고유한 결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제주는 원래 ‘쉼’의 섬이다.
제주는 ‘청춘’의 섬이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잠시 멈추고,
마음은 젊어지고, 걸음은 느려진다.
문제는 그 본질적 가치를 여행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언어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섬의 결을 읽다]는 단순한 감상문이 아니다.
브랜드 기획자의 관점에서
제주의 핵심 감각을 정의하고,
그 감각들을 키워드, 언어, 비주얼로 정리하며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서의 제주를 상상하는 작업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교토, 발리, 아이슬란드 같은
도시와 섬에서 영감을 얻는다.
교토는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통해,
발리는 로컬과 디지털 노마드의 공존을 통해,
아이슬란드는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통해
각자의 지속 가능성을 구축해왔다.
제주는 지금, 그 전환점에 서 있다.
이 프로젝트는 소비를 줄이는 브랜딩이 아니라,
소비의 질을 바꾸는 브랜딩을 고민한다.
빠른 여행 안에서도 제주다움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로컬과 여행자가 공존할 수 있도록 설계하며,
섬의 고유한 리듬과 결을
여행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나의 기록이자 질문이다.
24년간 살아온 섬을,
어떻게 하면 앞으로의 세대에게
더 좋은 결로 남길 수 있을지 묻는 여정이다.
여행의 섬에서, 머무름의 섬으로.
소비의 섬에서, 감각의 섬으로.
브랜드로서의 제주,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1화. 지금 제주, 어떤 이미지의 섬인가
제주의 현재 브랜드 이미지를 해부하고,
대중이 떠올리는 제주 키워드, 문제의식,
초기 브레인스토밍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