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결을 읽다.
"제주는 어떤 감각으로 기억되는가?"
누군가에게는 바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천천히 걷게 되는 길,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귤밭 아래, 오래 앉아 있던 그 습기였다.
그 기억 속 제주는 조용했고,
묵직했고,
급하지 않았다.
1화에서 나는 지금의 제주가
'힐링', '감성', '인증'이라는 단어로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묻는다.
소비되지 않은 제주다움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제주는 설명보다 감각으로 다가오는 섬이다.
어떤 감정이 아니라,
신체에 남아 있는 기억으로.
- 이른 아침 이슬 맺힌 흙길의 촉감
- 바람이 빠져나가는 돌담 사이의 미세한 틈
- 비 온 뒤 눅눅해진 귤잎 냄새
- 발을 천천히 밀며 걷게 되는 울퉁불퉁한 골목
이런 기억은 누구에게나 남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의 제주 브랜드에서는 이런 감각이 빠져 있다.
사진으로 담기기엔 너무 미세하고,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 조용해서일까.
제주의 리듬은 사람에게서도 배어 나온다.
- 바람에 따라 옷을 입는 방식
- 계절 따라 일의 속도가 달라지는 리듬
- 꾸밈없고 무심한 말투
- 돌을 쌓고 바다를 바라보는 느린 손의 동작
제주의 어르신은 말했다.
"제주 바람은 말을 꺾어도 사람을 꺾진 못한다게."
그 말은 웃으며 던져졌지만
섬이 견뎌온 리듬과 태도를 상징하는 문장처럼 들렸다.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리브랜딩하고자 하는 제주는
'감성'이라는 단어보다 더 오래된 감각에서 출발한다.
나는 지금 제주다움을 다음과 같은 언어로 부르고자 한다.
- 무심함 : 사람도, 공간도, '설명하지 않는 태도'
- 머무름 : 지나가지 않고 오래 머무는 감각
- 리듬 : 자연의 호흡과 함께 걷는 속도
- 결 : 공간과 시간, 감정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구조
- 여백 : 비워둠으로써 가능해지는 감정이 밀도
이 단어들은 구체적인 캠페인이나 디자인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태도'는 이미 여기 있다.
브랜드는 결국 언어로 말해진다.
그리고 제주를 다시 말하는 일은,
지금껏 묵묵히 흐르고 있던 감각들을
의식 위로 꺼내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제주를 전혀 다르게 보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말하지 못했던 것들에 주목하려 한다.
- 말없이 길을 걷는 태도
- 돌과 돌 사이, 바람이 빠져나가는 공간
- 말보다는 리듬으로 남는 기억
그 모든 것들이, 제주다움을 만든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 감각의 언어들을 실제 브랜드 키워드로 구조화해본다.
무심함, 머무름, 리듬, 결, 여백.
이 단어들이 어떻게 브랜드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우리는 '느림의 감각'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인사이트 메모
- 2화의 의도 : 제주를 구성한느 감각적 가치들을 언어로 끌어올림
- 결과물 : 향후 브랜드 키워드의 기초로 삼을 수 있는 감각어 정리
- 톤 : 설명보다 해석, 정의보다 감각 / 말하지 않고 머무는 태도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