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결을 읽다.
[1화] _ 지금 제주, 어떤 이미지의 섬인가
“요즘 제주, 뭐 떠올라요?
누군가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명확했다.
“오름, 감성 카페, 렌터카 여행, 한라봉 에이드.”
누구에게 물어도 비슷했다.
“감성 있는 바다 앞 카페요.”
“한 달 살기 하기 딱 좋은 데.”
“비싸긴 한데, 그래도 힐링되잖아요.”
이 섬에 대해 우리는 꽤 익숙하게 말한다.
그런데, 익숙한 만큼 어쩐지 가볍기도 하다.
‘제주’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넣어보았다.
#제주 #제주여행 #제주카페 #제주도감성 #제주숙소 #제주감성사진
포털의 연관 검색어는 “렌터카”, “숙소 추천”, “카페 지도”, “인생샷”이 차지하고 있었다.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지금,
제주를 감정적으로 소비하고 시각적으로 아카이빙하고 있다.
가장 많이 떠오르는 장소는 루프탑이 있고 뷰가 탁 트인 카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색감은 낮은 채도의 필름톤,
가장 많이 공유되는 순간은 음식, 커피, 노을, 그리고 나.
요약하자면 지금의 제주는
감성: 분위기를 포착하는 공간
힐링: 잠깐 머물며 ‘충전’하고 돌아오는 곳
경험: 색감, 숙소, 노을 같은 체험의 조합
빠름: 2박 3일 코스로 짜인 최적화된 여정
으로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제주다움’일까?
렌터카가 섬을 점령하고,
SNS에 남겨야 할 사진으로 동선이 짜이고,
조용하던 골목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포토스팟이 된다.
어느새 우리는 이 섬을
‘체크인하고 소비하고 인증하는’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었다.
그 여정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는 이미 브랜드화된 섬 아닌가요?”
맞다. 제주는 이미 충분히 유명하고,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섬이다.
‘힐링’, ‘청정 자연’, ‘감성 여행’ 같은 단어로 대표되는 브랜드 자산도 많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문제 삼고 싶은 건 그 다음이다.
지금의 제주 브랜드는 지나치게 단면적이라는 것.
‘잘 팔리는 이미지’에 집중된 나머지,
이 섬이 원래 지녔던 리듬과 감각, 그리고 삶의 다양성이 브랜드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제주에 사는 친구는 말했다.
“요즘은 동네도 못 가. 유명해져서.”
“그 골목에 살았는데, 요즘은 주말마다 사람으로 꽉 차.”
“관광객이 가는 곳이랑 우리가 사는 곳이 진짜 달라.”
이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브랜드가 균형을 잃었을 때 생기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지금의 제주는 ‘감성’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쉽게 포장되고, 너무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
그 안에서 로컬의 일상, 청년 이주자의 시선,
제주의 무심한 자연은 브랜드 밖으로 밀려났다.
내가 리브랜딩을 말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제주’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브랜드 위에
제주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감각, 다양한 주체, 다양한 결을 다시 읽고 다시 연결하고자 한다.
브랜드는 섬의 얼굴이자 언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언어가 너무 편향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시 그 결을 읽고 새롭게 말해보려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한 브레인스토밍 노트의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제주다움이란 무엇인가?”
“지금 제주가 브랜드가 된다면, 누구의 언어로 말해야 할까?”
“브랜드로서 제주가 개입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나는 이 섬을 어떻게 기억하고, 다시 말할 수 있을까?”
다음 회차에서는 제주다움을 구성하는 감각을 본격적으로 탐색한다.
귤나무 가지에 걸린 바람,
돌담 아래 고요한 흙길,
그 결들을 언어로 정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제주를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깊이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요약 메모 (내부 목적 정리)
1화 목적:
→ 지금 제주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 왜 ‘리브랜딩’이 필요한지를 논리적으로 설득
타깃 가설:
→ 브랜드의 개입은 로컬과 관광의 균형, 감각의 회복을 위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