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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delion Jan 04. 2023

엄마와 함께한 크리스마스 연휴


크리스마스가 왔다. 

어떠한 설렘도 이젠 없다. 연애를 안 해서 인가? 

이젠 불러낼 친구도 없고 나 와 같은 솔로인 친구는 얼마 전부터 연애를 시작해 남자 친구랑 보낸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크리스마스라고 약속을 잡거나 무얼 해야지 계획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할 일은 생겼다. 혼자 계실 엄마와 함께 보내야겠다는 것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없는 엄마가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 역시 여러 가지 일들로 마음이 좋지 않아서 엄마와 오롯이 둘만 보낼 크리스마스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24일은 소소하게 점심을 엄마랑 먹고 저녁에는 엄마랑 피자 시켜 같이 먹었다. 별다르게 한 건 없었다. 그냥 같이 가벼운 산책 정도...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엄마는 아침부터 교회를 갔다 오셨고 교회를 갔다 온 엄마는 교회 권사님과 전화 통화 하다가 오열을 하셨다. 

다른 사람들은 부부가 같이 있는데 왜 우리 남편은 없나 싶고 매일 옆에 있던 아빠가 없어서 허전하다고 권사님에게 말하며 엄마는 우셨다. 장례식 이후 엄마의 오열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해가 바뀌는 시점이라서 엄마는 아빠가 많이 그리웠나 보다.

 

한동안은 괜찮아 보였다. 아빠가 힘들게 병원에 누워 있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했던 엄마였으니까 저렇게 고통스럽게 있는 거 보는 게 힘들다고 했던 엄마였으니까 누구 보다 아빠를 편하게 보내주자고 했던 엄마였으니까....

나라도 지금 우는 엄마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혼자 위로해보았다. 

쓸쓸해하는 엄마를 보며... 내가 해드릴 것이 없음에 더욱 슬프기도 했다. 나도 눈물이 나는 것을 꾹꾹 담았다. 나까지 울면 안 될 것 같아 애써 엄마가 운 걸 못 들은 척 거실에서 내용도 모르는 드라마를 보는 척했다.


이 슬픔이 언제쯤 좀 무뎌질 수 있을지...

자꾸만 커져가는 아빠의 빈자리와 그리움을 어떤 걸로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내일의 엄마의 스케줄을 물었다. 병원에 간다는 엄마의 대답에 난 '이모랑 같이 가?'라고 물었고 엄마는 대답했다. 이젠 엄마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너무도 슬프게 들려 마음이 아팠다. 

내가 느끼는 아빠의 빈자리 보다 엄마가 느끼는 빈자리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큰 거였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40년 넘게 함께한 아빠와의 시간을 그 누가 채워 줄 수 있을까 싶었다.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엄마!  이젠 마음속에 있는 아빠와 함께 해요'라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이라고는 이런 것 밖에 없다. 


내년 크리스마스는 올해 같은 슬픔이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아니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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