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적 사고의 힘
책 제목 :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
저자 : 하워드 막스
출판사 : 비즈니스북스
출간일 : 2018.10.29.
우리는 이분법을 자주 사용한다. 애매하거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할 때 이분법을 사용하면 간단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자연과학보다 사회현상을 이해할 때 이분법을 많이 사용한다. 자연현상은 물리법칙 같은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이분법으로 사회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 결과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바로 '그래서 올라요? 떨어져요?'가 되는 것이다.
자연현상에 '공식'이 있다면 사회현상에는 '사이클'이 있다. 이분법을 활용하면 사회현상을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상황을 깊게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자연과학의 공식 같은 무언가가 필요하다. 투자를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가격이 오를지 떨어질지 이분법으로 사고한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생각하는 투자자는 사이클을 고려한다.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 사이클>(이하 이 책)에서 하워드 막스는 사이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대부분 투자자보다 비교적 우위를 가졌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회현상의 사이클은 자연과학의 공식처럼 증명할 수도 없고 똑같이 반복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사이클을 활용한다면 사회현상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사실로 보인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다. 인간이 만들어가는 역사에는 반복되는 흐름이 존재한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만 반복될 뿐, 발생하는 사건의 형태나 순서, 인간관계 등은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사회현상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다. 사회현상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전반적인 흐름 뿐이다. 이 흐름을 사회현상에서는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사회현상의 사이클은 자연현상의 사이클과 다르다. 자연과학의 사이클은 주기, 진폭, 최대, 최소 등이 공식처럼 정확한 수치로 존재한다. 그 결과 전제조건만 같다면 매번 똑같은 사이클을 형성한다. 사이클의 주기에서 최대로 올라가면 떨어지고, 최소로 떨어지면 다시 상승한다. 예측할 것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회현상의 사이클은 '흐름이 반복된다'는 것 말고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상승 중인 주식시장에서 고점은 어디인지, 얼마나 더 오를지, 왜 오르는지, 언제까지 오로는지조차 알 수 없다. 다만 반복되는 전반적인 흐름을 활용한다면, 시장 참여자들의 탐욕에 의해 상승한 시장은 언젠가 하락하고, 공포에 의해 하락한 시장은 언젠가는 상승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유추한 사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투자에 사회현상의 사이클을 활용하려면 확률적으로 사고하라. 우리는 사이클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지만, 다양한 경제 지표와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을 보고 사이클의 위치를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는 있다. 이 예측을 통해 사이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대부분의 투자자들보다 확률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투자할 때 사이클을 확률적으로 접근한다면 다양한 이점이 존재한다. 그중 세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관점으로 투자를 생각하게 된다. 셋째, 투자를 장기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투자를 진행할 때 사이클의 위치를 확률적으로 예측한다면 이성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경제 사이클에 대해 설명한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사이클이 바로 '위험에 대한 태도의 사이클'이다. 투자를 결정할 때 이 사이클의 어디 쯤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시장에 형성된 공포나 탐욕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리지 않고 현명하게 투자를 할 수 있다.
위험에 대한 태도 사이클의 핵심은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탐욕에 의해 상승하는 시장과 공포에 의해 하락하는 시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먼저 탐욕에 의해 상승하는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너무나 쉽게 위험을 감수한다. 시장에는 위험이 없고, 누구나 쉽게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위험수용과 낙관주의가 최고조에 오를 때 사이클의 고점이 형성된다. 현명한 투자자는 확률적으로 고점이라고 판단될 때 현금비중을 늘린다.
탐욕스러운 시장의 최근 예시로는 코로나 이후 상승장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자 정부와 중앙은행은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했다. 금리는 낮고 돈은 넘치니까 자산시장에는 탐욕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부동산시장에는 영끌, 버락거지 등의 단어로 매수를 유도했고, 주식시장에는 예수금과 신용자금이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대부분 종목이 신고가를 갱신했다.
현명한 투자자는 탐욕스러운 시장에서 확률적으로 행동한다. 위험에 대한 태도 사이클에서 탐욕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면 하락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무작정 현금비중을 늘리지 않는다. 그 분위기가 엄청난 상승 동력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투자자는 탐욕스러운 시장을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위험 태도 사이클상 고점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될 때 현금비중을 늘리기 시작한다. 다만 정확한 고점을 알 수 없으니 분할매도를 통해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현금화한다. 원금은 두고 수익금만 현금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서 전리품을 챙긴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탐욕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고점에서 자산을 매수하거나 또는 너무 빨리 매도하여 탐욕스러운 시장에서 수익을 챙기지 못한다. 현명한 투자자는 사이클의 확률적 위치를 예측했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반면 공포에 의해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위험을 회피한다. 신규 투자는 거의 없으며, 만약 투자를 하더라도 안전자산이라 불리는 미국채나 금으로 많은 돈이 몰린다. 시장에는 더 하락한다는 의견이 많고 공포가 분위기를 지배한다. 위험회피와 경계심이 최고조에 오를 때 사이클의 저점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분위기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현명한 투자자는 공포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내재가치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종목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 직후 폭락장을 생각해보자. 전염병으로 인한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30% 급락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산시장은 빠르게 반등했다. 위험에 대한 태도 사이클을 알고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투자자라면 저점 근처에 있다고 판단하고 공포에 분할 매수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엄청난 변동성과 함께 빠르게 하락했으며, 전염병 초기에는 정확한 정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이클의 저점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분할 매수로 소극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빠르게 반등하는 시장에서 큰 수익을 챙기지 못했다.
확률적으로 사고하는 투자자는 다양한 사이클을 고려한다. 원래 사이클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도 함께 고려하지만, 설명을 위해 2가지 사이클을 사용하여 투자하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보자. ‘위험에 대한 태도 사이클’과 함께 ‘신용 사이클’을 고려했다면 이번 코로나 직후 폭락장에서 충분히 많은 물량을 매수할 수 있었다.
코로나 직후 시장에는 하락요소와 상승요소가 공존했다. 탐욕스러운 분위기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듯이 전염병으로 인한 공포는 하락의 원동력이 된다.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시장을 더 하락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자 단기간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시장에는 공포라는 심리적인 하락 요인과 유동성이라는 상승 요인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확률적으로 생각해보자. 위에서 설명했듯이 위험에 대한 태도 사이클에서는 저점 근처로 분할 매수로 대응한다. 반면 신용 사이클에서 상승은 이제 시작이었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제 경기까지 마비가 되었기 때문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현재 시장은 코로나 공포로 인해 20~30% 정도 하락한 상태였다. 신용 사이클상 상승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상황이다.
즉, 이 두 가지 사이클을 모두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코로나 폭락장 이후 유동성이 공급되는 시점에 많은 물량을 매수하고 있을 것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시장에서 추세를 판단할 때 ‘돈+심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 직후 하락할 때는 시장에 공포라는 심리가 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코로나 이후 빠르게 반등할 때는 시장에 공급된 돈(부채)이 공포라는 심리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반등 이후 신고가를 갱신하면서 탐욕스러운 시장이 형성될 때는 탐욕이라는 심리가 시장의 돈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투자가 어렵다. 돈이 더 큰 영향을 미칠지, 심리가 더 큰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정확하게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도 ‘경험’만이 투자를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의 저자 하워드 막스 역시 자신의 성공 비결을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비결을 실행하려면 틀리는 것에 대한 강한 배짱이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예상보다 더 자주 틀리기 때문이다. 미래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불확실성과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미래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확률뿐이다. 확률을 알면 다른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이 맞힐 수 있다. 하지만 확률을 아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아는 것과 전혀 다르다.
투자에 확률을 활용하려면 투자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60%의 확률로 이기는 게임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게임을 한 번하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10번을 하더라도 6번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게임의 실행 횟수가 많아질수록 승리 횟수가 60% 확률에 수렴한다는 사실은 보장된다. 이를 투자에 적용해도 똑같다. 60%의 확률로 이익이 발생하는 투자를 하더라도 투자 횟수가 적거나 투자 기간이 짧으면 돈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투자를 꾸준히 지속하여 투자 횟수가 많거나 투자 기간이 길다면 결국 돈을 벌 수밖에 없다. 가치투자를 하든, 자산배분을 하든, 트레이딩을 하든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확률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생각해야지 성공할 수 있다.
사이클에서 알 수 있는 것도 확률뿐이다. 사이클을 안다고 해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다만 현재 사이클상 어디 쯤에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면 대략적인 확률은 구할 수 있다. 이 확률을 투자에 적용한다면 이성적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다양한 관점으로 투자할 수도 있고, 투자를 장기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확률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이유이다.
끝.
사이클을 활용하면 사회현상을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다.
투자에서 사이클을 활용하려면 확률적으로 사고하라.
그러면 이성적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다양한 관점으로 투자할 수도 있고, 투자를 장기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1문단 : 이분법과 사이클
2문단 : 확률적 사고
3문단 : 이성적으로 투자하기
4문단 : 다양한 관점으로 투자하기
5문단 : 투자를 장기적으로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