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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다미로 May 07. 2024

[독후감 공유] 69. 사피엔스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

< 책 정보 >  


    책 제목 : 사피엔스  

    저자 : 유발 하라리  

    출판사 : 김영사  

    출간일 : 15.11.24.  




< 독후감의 구조 >

제목 :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  


    1문단 : 과학철학  

    2문단 : 인간 사회의 두 가지 질서  

    3문단 : 상상의 질서  

    4문단 : 객관적 질서  

    5문단 : 인간은 약하지만, 인류는 강하다.  




< 독후감 내용 >


과학철학


과학철학은 어떤 학문일까? 과학이면 과학이고, 철학이면 철학이지, 왜 과학철학이라고 부를까? 과학은 자연이나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어렵지만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철학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별하는, 즉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렇다면 과학철학이라는 단어는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두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놀랍게도 과거에 철학과 과학은 하나의 학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과학이 철학의 하위 분야 중 하나로 자연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었다. 철학자들이 인생의 진리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이라는 도구를 활용했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과학자라고 부르는 갈렐레이, 뉴턴도 과거에는 자연철학자라고 불렸으며, 그들 스스로도 자신을 자연철학자라고 생각했었다. 과거에는 철학이 진리를 탐구하는 핵심 학문이었으며, 과학은 그 일부에 불과했다. 16~17세기 과학혁명 이후 자연철학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과학이 철학에서 분리될 수 있었다.

 이렇게 발전한 과학에 대해 성찰하는 학문이 바로 과학철학이다. 과학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뉴욕시립대 철학 교수 마시모 피글리우치에 따르면 과학철학의 목적은 과학을 발전시키거나 과학문제에 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로 ‘과학과 유사과학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과학의 목적은 “실재”를 규명하는 것인가?’ 등이 있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과거의 과학이 철학의 목적인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 자연철학으로 불렸다면, 오늘날의 철학은 과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사용되어 과학철학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 사회는 정말 많이 변했다. 과학과 함께 기술, 수학 등도 함께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는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반면 인생의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은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거의 주지 못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철학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과학의 중요성이 많이 올라갔다. 그렇다면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은 변했을까? <사피엔스>(이하 이 책)를 읽고 이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번 글은 과학철학으로 시작했지만, 과학적인 이야기보다 철학에 가까운 글이다. 인간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고, 이 과정에서 과학이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인간 사회의 두 가지 질서


 이 책에서는 인류의 시초인 사피엔스를 ‘이야기하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종교 및 국가와 기업에 대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리 사회의 근간이자 삶에 의미를 주는 원천이 된다. 왜냐하면 이야기에는 낯선 사람끼리도 ‘협력’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사피엔스는 많은 숫자가 모여 유연하게 협력하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국가를 위해서 죽는 사람도 있으며, 자유를 위해 죽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바로 상상의 질서의 힘이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상상의 질서’가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사회의 많은 부분이 상상의 질서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행동의 근간이 되는 윤리, 법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국가, 기업,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돈까지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것이 물리적인 실체 없이 상상의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

 아쉽게도 상상의 질서만으로 인간 사회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오늘날에는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객관적 질서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허구의 이야기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시가 종교다. 과거에는 종교가 절대적이었는데, 과학혁명 이후 종교적인 믿음보다 과학적인 사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과학이 객관적 질서라는 주장에서 핵심은 ‘객관적'이라는 단어다. 객관적이라는 말이 진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기준으로 객관적이라는 의미이다. 과학은 인간이 관측하고, 인간이 만든 수학으로 증명하거나 추론하며, 인간이 만든 기술과 결합하여 더욱 발전하게 된다. 과연 과학이 진리라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과학이 만들어낸 객관적 질서도 인간이 만든 질서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상상의 질서가 이야기를 믿는 인간들에 의해 존재한다면, 객관적 질서는 자연이나 사물을 기준을 믿는 인간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싶다면, 인류는 질서 위에서 살아간다는 관점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인간은 혼자 있을 때는 약하지만, 힘을 합치면 매우 강하다. 인간은 약할지 몰라도 인류는 강하다. 이 때문에 인류는 질서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많은 부분이 이해될 것이다. 과거에는 오로지 허구로 만들어낸 상상의 질서만으로 인간 사회가 작동했다면, 오늘날에는 상상의 질서에 객관적 질서가 함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상상의 질서


 우리가 특정한 질서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믿으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의 질서란 사악한 음모도 무의미한 환상도 아니다. 그보다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로 국가, 신, 기업, 이념 등은 우리 모두가 창조해서 신봉하고 있는 집단 환상이다. 이것이 인류의 역사를 지배한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인류가 만든 가장 견고한 상상의 질서는 바로 돈이다. 초기의 돈은 금이나 은 같은 원자재로 실질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매순간 금을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종이로 만든 화폐를 사용했다. 종이로 만든 화폐가 돈으로써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국가가 보증하고, 세금을 화폐로 받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보증하지 않는 화폐의 실질가치는 종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의 힘이 약해진다면 그 나라의 화폐는 돈으로써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종이 화폐조차 잘 사용하지 않는다. 실질적 가치가 전혀 없는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를 돈으로 사용한다. 돈은 인간 사회에서 항상 존재해왔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존재할 상상의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돈을 기초로 만들어진 상상의 질서가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는 오늘날 인간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질서이다. 자본주의는 인류의 성장이라는 목적으로 사람들을 협력하게 만든다. 자본주의가 진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성장의 측면에서는 가장 좋은 질서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개인에게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에 있다. 사회 구성원은 자본을 소유하기 위해 이윤을 추구하고, 모두가 이윤을 추구하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인류 전체가 발전하게 된다.

 자본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생겨난 또 다른 질서가 소비하는 문화다. 개인이나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려면, 누군가는 그들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판매자는 그 돈을 이용해서 더 좋은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려면 가치를 창출하는 판매자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더 많아야 한다. 그 결과 소비를 독촉하는 문화가 생겼다. 옷을 입고, 외식을 하고, 집을 소유하는 기본적인 의식주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소비하게 되었다.

 상상의 질서만으로도 인간 사회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한계도 분명하다. 돈이 어떻게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는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는지 등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객관적 질서다.



객관적 질서


 오늘날 대부분의 가치 창출은 기술에서 나온다. 자본주의에서는 기술의 발전이 곧 이윤으로 연결되므로,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기술은 현재와 다르게 발전이 매우 느렸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그건 바로 자본주의의 원동력인 인류의 성장에 대한 믿음에 있다.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인류 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황금시대는 과거에 있었고, 세상은 퇴화하지는 않더라도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지혜를 엄격히 추종한다면 좋았던 옛 시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인간의 창의성으로 일상생활의 이런저런 측면을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세상의 근본 문제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과거의 기술은 장인들끼리만 이야기하고 발전시키면서 이전하는 정도였다.

 반면 과학혁명 이후 인류 문화는 이전의 어떠한 문화보다 더욱 폭넓게 무지를 받아들여 왔다. 무지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이 덕분에 인류는 지식을 탐구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철학자, 기술자, 수학자 등 모든 학자들이 협력해서 지식을 탐구했다. 지식이 많은 국가가 곧 패권국이 되었기 때문에 국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덕분에 과학은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학은 인간 사회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했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는 사실은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그 사실 자체로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허구로 만들어낸 일부 상상의 질서가 무너질 뿐이었다. 즉, 과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객관적 질서는 인간 사회에 존재했던 허구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상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인간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기술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컴퓨터를 사용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인간 사회가 매우 빠르게 변할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은 과학과 수학이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에도 기술이 있었지만, 장인들끼리 이전될 뿐 발전은 없었다. 하지만 과학혁명 이후 과학자와 수학자 그리고 장인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과학, 기술,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인간은 약하지만, 인류는 강하다.


 오늘날 인간 사회를 설명하기 위한 핵심 단어 두 가지는 자본주의와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비슷한 시기에 주류 문화로 떠올랐으며,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을 협력하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자본주의는 상상의 질서로써 인간을 협력하게 만들었고, 과학은 객관적 질서로써 인간을 협력하게 만들었다. 특히 오늘날에는 이 두 가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인간을 협력하게 만드는 힘이 더욱 커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은 ‘협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약하지만, 인류는 강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이러한 작동 방식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협력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과학이 발전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의 핵심은 협력이며, 이를 위해서 상상의 질서나 객관적 질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인간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과거처럼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생존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답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의 횡포로 인해 사회에서 협력을 포기하고 혼자 살아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



< 세 줄 요약 > 


1. 인간 사회의 작동 방식의 핵심은 ‘협력’에 있다.

2. 협력하기 위해 질서가 존재하며, 상상의 질서와 객관적 질서가 있다. 

3. 인간은 약하지만, 인류는 강하기 때문에 협력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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