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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숑누나 Apr 21. 2022

02. 에르메스, 분노와 환희를 동시에 안기는 팜므파탈

ENFP/YOLO족 승무원의 '나도 버킨백을 원해’

왜인지 다가가기 어렵고

어딘지 위압감마저 느껴지는

베일에 가려진 브랜드- HERMES


나는 세번째 매장 방문 만에 비로소 원하는 백을 처음 받았다.

 두 달 사이에 에르메스 매장을 다섯 번 방문했다. 물론 그들의 브랜드 철학을 감안한 철저하게 계산되고 의도된 방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브랜드 철학을 따라 꽤 많은 돈을 지출했다.


 돈으로   없는 것은 사랑만이 아니었다.

에르메스의 3대 백도 매장에선 돈으로 살 수 없었다.


 갑을 관계에 준하는 구매자와 브랜드의 관계, 특히나 가방이나 지갑류에 대한 구매 의사 결정권은 내가 아닌 에르메스가 쥐고 있었다. 셀러는 내게 가방의 가격과 상응하는 화폐 외에도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했다. 가방을 사고 싶으면 단골이 돼라 했다.

‘Be a regular customer'

 '로열티'를 보이면 가방 선점에 ‘우선순위'를 준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로열티’ ‘구매이력’ 이자 ‘실적’이었다.

'단골'이 돼 달라 함은 '과시 수단'인 '가방'말고도 에르메스의 다양한 카테고리를  ‘구매’ 해달라는 ‘노골적’ 요구였다.


에르메스 입문 단계에서 야금야금 사모으는 일반적인 품목들


에르메스는 독재자에 가까웠다.


 현재 국내 백화점 매장 추세를 보면 구매 누적 실적 5천만 원 컷이 3대 백 구매 자격의 기준이 된다. 그 마저도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셀러가 제안한 몇 가지 옵션 중 골라야 한다. 100% 장인 핸드메이드 공정인 에르메스는 가죽의 종류와 색상 그리고 금속 하드웨어 색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느낌의 결과물이 탄생하기에 내가 원하는 조합으로 백을 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아 다음으로 미루면 언제 또 그 오퍼가 올지 모르기에 100% 위시아이템이 아님에도 구매하곤 속앓이 하는 분도 많은 실정. 그래서 평소에 담당 셀러에게 내가 원하는 'bag'에 대해 '언질'과 '어필'을 많이 해둬야 한다.


참고로 5천만 원은 신입 승무원의 1년 차 연봉 실수령액보다 큰 금액이다.


토탈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HERMES


에르메스에서 접근성이 높은 편에 속하는  스카프 '트윌리' 각각의 제품은 모두 곱디 고운 고유 명칭이 있다.
우리 브랜드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당신이 입고 사용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기꺼이 에르메스로 채워 주세요.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로열티입니다.


 전기/가전제품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내 경우는 백색 가전은 LG를, 휴대용 디바이스는 애플을, 보일러는 린나이를 구매할 것이다. 대개 아이템별로 시장 우위에 놓인 브랜드를 선택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에르메스를 그 상황에 대입하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는 시계는 '까르띠에'에서 의류는 '한섬'에서 신발은 '마놀로 블라닉'을 원한다.


 그러나, 내가 에르메스 버킨백욕심내는 이상 나의 4계절 패션은 오롯이 에르메스의 SS/FW 카탈로그로 휘감겨야 하고 우리 집 강아지 집은 2천 원짜리 다이소 담요 대신 200만 원짜리 담요로 꾸며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버킨백을 품에 안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로열티를 강요당하면서도 불필요한 지출을 조장하여 '가방 끼워 팔기'에 앞장서는 에르메스에 ‘분노’ 하기보다 버킨백을 품에 넣을 ‘환희’의 순간을 꿈꾸며 한 달에 한번 에르메스 매장에 얼굴도장을 찍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렇게 '에'린이 라이프를 시작했다.


자본주의가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경제학적 비극, '수요와 공급의 법칙'

그에 기반한 지극히 당연한 그들의 판매 전략

그렇게 내게 분노와 환희를 동시에 안겨주는 팜므파탈, 에르메스





[ENFP/YOLO족 승무원의 '나도 버킨백을 원해’]

02. 에르메스, 분노와 환희를 동시에 안기는 팜므파탈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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