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가지면 죄책감만 남았다

by 마이분더











'에이~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할까?' 무엇을 해보기도 전에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실컷 수다를 떨고 싶은 날에도 '안된다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이내 포기하고 혼커피를 마시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야말로 나는 작디작은 마음의 소유자가 분명했다.


아니 그런데 모로 보나 내향인이 확실한 내가 10년 전에도 지금도 ESFP유형의 성격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더니 진짜로 MBTI결과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저나 두 번이나 같은 결과가 나왔으니 어쩌면 나는 사람들의 관심이 고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무언가 기록하는 일들이 좋아서 시작한 블로그도, 인스타그램도 하다 보니 어떤 날에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어떤 날에는 나혼자만 간직하는 글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점점 보이는 기록들은 내가 좋아서이기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을 의식하게 되는 일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 정도에 따라 나도 나를 평가하게 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래 뭐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요즘 약간 유명해지고 많이 인정받고 싶은 게 사실이다. 주부 생활을 반납하고 다시 사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돈을 벌고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 한때는 '돈이 별거냐 여행경비로 월급을 탕진해도 삼시세끼 챙겨 먹고 즐겁고행복하면 그만이지'라며 그야말로 무모한 낭만을 꿈꾸며 살아왔다. 하지만 전업주부로 살아가다 보니 돈은 별거이고 여행경비로 월급을 탕진했다가는 삼시 세끼마저 위태로워졌다.


자칫하다가는 위태로워질 수 있는 주부의 일상은 눈을뜨면 여지없이 쳇바퀴처럼 똑같이 시작된다. 아침밥을주고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와 청소기를 돌리고 기어이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가무거워진 눈꺼풀을 치켜뜨다 보면 오전이 끝나버린다.그리고 다시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가 이리저리 학원을 돌고 또다시 저녁 준비를 한 뒤에 육퇴와 주방 퇴근을 마친다. 그런데 하루를 마칠 즈음에는 매번 온종일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생각에 죄책감만 남았다.


다행히 허무한 죄책감은 매일 밤 내 귀에서만 울려 퍼지는 음악들이 위로해주었다. 어느 날 밤, 가수 ‘장기하’의 신곡이 나와 노래를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사실 이게 뭐야? 인트로인가? 싶었던 타이틀 곡이었는데 하고 싶은 말들을 읊조리다 끝나고 마는, 이쯤 되면모두가 눈치채셨을 [부럽지가 않아]라는 곡이다. 두 번 세 번 들을 때마다 점점 더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그의 음악들은 언제나 내게 용기와 확신을 주었다.


어찌 보면 대중들에게 생소한, 말하듯이 읊조리는 노래들을 만들면서 장기하라고 두렵지 않았을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임에는 분명하지만 발매하기 전에는꽤나 고심이 깊었으리라 짐작되었다. 하지만 결국 나를 비롯한 누군가에게 신선한 자극들을 전해주고 대중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믿음과, 자기 확신으로부터 비롯된 용기와 도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다른 사람을 의식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좋아할까 보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일까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갖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래. 재밌어서 하면 저절로 이익도 된다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中-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처럼 재밌어서 하는 일들에는 저절로 이익이 따를 거라고 믿는다. 타인의 관심 여부에 따라 나의 도전을 멈추지 말고, 내 생각과 취향을 스스로 존중하고 또 믿어보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머무르게 두지 말고 일단 실천해 보기로 했다.



가치 있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으면
누군가 반드시 돕는다.
신이 돕고, 운명이 돕고, 기회가 돕는다.

- 내 인생 5년 후 中 -









keyword
이전 07화한 순간에 남이 되어버린 사람과 마주쳤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