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사람이 선 위치, 렌즈, 상황, 선호도 등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모든 대상은 각자 고유한 특성을 가졌기에 다 다르다는 것을 '찐'으로 인정한다면 스트레스가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친한 사람들일수록 다툼이 잦다. 부부, 부모-자녀, 친구, 연인, 동료 등과의 갈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잘한 다툼에 노출되지만 뾰족한 성과도 없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유를 알고 싶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어 대화를 시도하는 등 노력해 보지만 시원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끝내곤 한다. 이러한 경험이 늘수록 내면으로 깊이 파고들어 좀처럼 나오려 하지 않는다.
나와 각별한 사이인데,
나와 친한 사이인데,
나와 사랑하는 사이인데 왜 나랑 같지 않은 거지?
왜 나와 같아지려고 하지 않는 거지?
왜 내 마음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할수록 고통스러운 호흡을 이어 나가 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각자의 렌즈를 통에 보고 판단한다. 중요한 건 자신이 보는 바가 진실이라 여기고 타인의 관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너그럽지 않다. 어떤 사람은 별생각 없이 한 말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가 된다. 말하는 입장과 듣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말하는 당사자는 나쁜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듣는 이가 심한 상처를 받게 되어 난감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각자의 '가치관 필터'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하는 쪽이 생각 없이 말했을까? 듣는 쪽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였을까? 그 시시비비를 가리려다 보면 더 큰 골이 생길 확률이 크다.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냥 다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키(2019년 KOSIS 기준) 20대 여성이 161.72cm, 20대 남성이 174.21cm라고 한다. 만약 A라는 20대 여성의 키가 155cm라고 한다면 평균 키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키가 '잘못됐다' '나쁘다' '틀렸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저 '평균 키에 비해 작다'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A라는 여성이 키는 평균에 비해 작다는 것인데 키가 작은 이유를 탓할 수 있을까?
이처럼 그저 다를 뿐이다. 어떤 사람은 눈이 크고, 어떤 사람은 얼굴형이 동그랗고, 어떤 사람의 머리 색깔이 유난히 갈색인 것뿐이다. 마음의 모양도 마찬가지다. 애써 모든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불필요한 경우도 있다(늘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다만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뿐이다.
- 아 저 사람은 저걸 좋아하는구나
- 아 저 사람은 행동이 날렵하구나
- 아 저 사람은 생각을 좀 많이 한느 스타일이구나
- 아 저 사람은....... 그렇구나....
로 받아들이면 된다. 가끔 상담을 하다 보면 '이해가 정말 안돼서 너무 힘들다'라는 주제가 자주 등장한다. 이해가 되면 상대방을 덜 미워하고 자신도 덜 괴로울 텐데 도무지 납득이 안되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돼서 힘들다는 것이다. 상담과정을 통해 전후 사정과 기타 과정을 객관적, 통합적으로 보려는 시도를 하지만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어쩌면 '아... 나랑 다르구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처방일 수 있다.
B는 중년 여성이다. 그녀의 남편은 가끔 불필요한 물건들(B가 보기에)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는 점이 거슬린다고 했다. B는 남편에게 '쓸데없는 물건 좀 그만 사라'고 핀잔을 주기 일쑤였지만 남편의 습관이 고쳐지지 않아서 화가 난다고 하였다. 비싼 금액이 지출되는 건 아니지만 쓸데없이 낭비되는 것 자체를 못 견뎌하는 B는 남편의 버릇을 고쳐놓고 싶었다. 상담을 하는 동안 B는 남편에 대한 이해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남편이 소소하게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이유가 남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사실이었다. 남편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술, 담배도 하지 않아서 딱히 취미생활도 없어서 스트레를 적절히 풀 곳이 없던 터라 비싼 소비는 부담스럽고 하여 소소히 집안에 필요하다 여기는 것들을 가끔 사는 것 외에는 크게 사고 치는 부분이 없었다. B는 남편의 좋은 점보다는 좋지 않아 보이는(자신이 보기에) 습관을 바꿔놓기 원했지만 원하면 할수록 남편과의 다툼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남편이 스트레스를 '소소한 쇼핑'으로 푼다는 걸 오히려 감사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몸 건강을 헤치는 술, 담배보다 집안에 도움이 되는 쇼핑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남편만의 쇼핑법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B의 자녀들이 아빠에게 '아빠! 쓸데없는 것좀 사지 마'라고 하면 오히려 B가 나서서 '아빠도 그냥 기분 전환하는 거야'라고 하며 남편 편을 들어줄 정도가 되었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한 번에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주문을 외워서라도 의식을 사용해보기 바란다.
'아... 저 사람은 나랑 다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