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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스 Jan 27. 2022

회사 그만두고 싶을 때 버티는 법- 1탄

일을 시킬 거면 인수인계라도 해주든가



좀 우울한 얘기인 것 같아서 브런치에 쓸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회사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퇴사하고 싶을 때 참는 법' 이런 걸 검색해보다가... 나와 정말 비슷한 상황인 누군가가 쓴 글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글에는 400명이 넘게 공감을 눌렀다. 그래서 단순히 우울함을 전파하는 게 아니라,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사회초년생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 글을 써보기로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첫 출근을 할 때만 해도 진심으로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했었다. 비록 월 200만 원 수준의 비정규직일지라도 말이다. 당시 취준 생활을 오래 하며 모아놓은 돈도 얼마 남지 않았었고, 집에만 있고, 여러 안 좋은 일이 겹치다 보니 무기력이 심했기 때문이다. 알바 자리 하나 구하기 어려울 만큼 취업난이 정말 극심하기도 하고.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다. 인수인계를 5시간밖에 못 받았어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여기저기 담당부서에 연락해 욕먹고 짜증 받아주고 빌면서 일을 배웠다. 사적인 심부름을 시켜도 항상 웃으면서 해주었다. 내가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이어도 상대방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입에 달고 살았다.


처음 며칠간은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다른 직원들이 생각하기에도 너무했다 싶었나 보다. 돌아가면서 나에게 그만두면 안 된다며 한 마디씩 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면서 나 자신을 '을'로 만들었다.


팀장은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된 나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업무에 관한 질문을 했다. 부장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나를 불러서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시켰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여전히 고정소득이 생긴 것에 감사하며 취업 전까지 계속 다닐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뭔가 나도 모르게 쌓였던 것들이 폭발했는지 처음으로 '왜 이걸 전부 다 내가 감당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수인계 못 받은 게 내 잘못도 아닌데, 관리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오히려 나에게 업무를 묻기만 하고 책임은 전부 내가 져야 하는 게 너무나 화가 났다. 한 번 자각하고 나니 회사와 팀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닫혀 버렸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상처받은 부분은, '내 노력이 배반당했다'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했고, 나보다 다른 직원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항상 웃고 다니면서 친절하게 해 달라는 걸 다 해줄수록 당연하게 여기고, 만만하게 보고, 더 시킬 뿐이었다.


하루라도 더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며 출근을 했다. 출근길에 울고, 퇴근하고 집에서 울고, 자기 전에 울고,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나서 사무실에서도 몰래 우는 지경이 되었다. '이러다 병 나서 월급 다 병원에 갖다 바치겠다, 안 되겠다!' 싶어서 버틸 경우와 그만 둘 경우의 득실을 따져 보았다.


<계속 다닌다>
득: 안정된 수입, 규칙적인 생활, 업무시간 중 공부 가능
실: 극심한 스트레스, 이명, 갑질로 인한 현타

<그만둔다>
득: 마음의 안정
실: 수입의 불확실성, 집에만 있으면 무기력하고 일상 패턴이 망가질 가능성


정리를 해보니 계속 다니는 것이 향후 나의 계획에 더 유리하다고 느꼈다. 머리로는 알았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여기서 더 참았다가는 정신과 가서 공황장애 약 먹든가, 부장이나 팀장 중 한 명 죽빵 날리고 경찰서 가서 깽값 물어주든가 둘 중 하나의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짧은 시간 동안 퇴사를 해야겠다, 좀 더 버텨보자,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다들 이 정도로 힘든데 참고 사는 건가? 다들 버티는데 나만 못 버티나? 내가 나약한 건가? 이걸 버티지 못하면 나는 나와의 싸움에서 지는 게 아닐까? 어딜 가더라도 힘든 일은 생길 텐데 그때마다 내가 도망가게 되지 않을까? 버틸 수 있을까? 수많은 의심과 불안과 눈물 속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 (자세한 대처는 2탄에서 다루겠다.)




일단은, 버텨보기로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마음을 다잡고 결심을 했고, 이 과정에서 부장부터 대리급까지 부서의 여러 사람들과 면담을 했다. 사무실에서도 눈물이 주체가 안 되는 지경이 되어 세 시간 내내 우느라 계속 자리를 비우고 눈 벌게서 앉아 있으니 한 두 명씩 눈치를 채고 안 되겠다 싶었던지 얘기 좀 하자고 계속 불렀더랬다.


이 중에는 정말 나를 생각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내 상황을 이해해주고 마음의 위로가 되는 말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꼰대 같은 말 하는 사람도 있었고, 진심이 섞이지 않은 입 발린 소리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했던 팀장과 부장은 자기들이 신경을 못 써줘서 미안하다며, 힘든 일 있으면 이야기 하라며 어쩌고저쩌고 했지만... 사실 그들이 바뀌고 내 사정을 이해해줄 거라는 기대는 한 적도 없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마찬가지의 논리로, 내가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고 내게 고마워할 것이라는 기대는 말 그대로 나만의 '기대'였을 뿐, 의무도 사실도 아니다. 애초에 그들이 나를 배반한 것이 아니었다. 나 역시 그들처럼 나 자신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필요했을 뿐이다.



아무튼간에, 내일모레 서른인 나이에 회사에서 질질 짜면서 많이 배우고 느꼈다. 그리고 나름대로 '버티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내용이 너무 길어 2편에서 계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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