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월요일마다 로또를 삽니다. 로또를 사는 금액은 언제나 같습니다. 5,000원. 복권도 금액에 따라서는 도박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멋모르던 10대 때 100원짜리 동전으로 시작한 판치기(교과서를 손바닥으로 쳐 동전을 넘기는 도박의 일종)를 하다 한 게임에 16만 원을 걸었고, 거기에서 진 이후로 두 번 다시 그런 짓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때문에 로또는 일주일에 5,000원 이상 사지 않습니다.
월요일에는 로또를 사야 합니다. 일요일을 푹 쉬고 월요일이 돌아오면 주말의 활기는 온데간데없습니다. 일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되면 활기가 생길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런 상태로 금요일 퇴근이 오기까지 무사히 보내기 위해 저는 되도록이면 월요일에 로또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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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1등에 당첨돼 수중에 수십 억이 생긴다면 그 돈으로 뭘 할까 조금은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저는 그 상상 속에서 곧장 회사를 박차고 나와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을 가고 한껏 사치를 부립니다. 매일 그런 상상을 꾸미려고 일주일 중 가장 피곤하고 우중충한 월요일에 로또를 삽니다. 매주 5,000원치의 위로를 사서 한 주를 지냅니다.
최근에 돈을 모으는 방법이랍시고 글은 쓴 일이 있습니다. 아둥바둥 지내지만 돌아서면 이게 맞나 의문이 일 때가 많습니다. 매달 적금에 펀드를 더해 200만 원이 안 되게 넣고 있습니다. 1년이면 2400만 원이고 4년이면 1억 가까운 돈을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것도 안 한다면.
차를 사야 할 테고 결혼도 하고 싶고 집을 구해야 하니 대출을 받아야 할 테고, 서울의 집값을 보고 있자면 숨이 턱 막혀 계산이 잘 서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 경제 관료였던 어떤 이는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아파트에 살 필요도, 서울에 살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아파트에도 서울에도 살 생각이 없지만 설령 마음을 먹어도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가진 것 없는 20대의 한 사람으로 막연함과 동시에 저런 기득권자의 발언에 조금은 역겨움을 느낍니다.
제가 사는 로또는 아마 계속해서 위로로 그치겠지만 만약에 1등이 된다면 미련 없이 이 곳을 떠날 생각입니다. 집 하나 가지려고 평생을 일해야 한다면 그 세상에서 나와 살아감의 목표를 달리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것입니다. 한 번으로 끝날 이 살아감에서 저 높은 콘크리트 건물 속 조그만 공간이 목표가 된다면 저는 적잖이 역겨울 것 같습니다.
온통 떠날 곳
당산역 퇴근길에는 매일같이 사람들이 로또를 사려고 줄을 길게 서 있습니다. 퇴근 5분과도 못 바꾸는 그 줄을 보며, 이 감정은 분노도 열등감도 아니며 그냥 환멸 비슷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