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 정제되지 않은 계절의 부산물

by 이해수

여름은 마치 정제되지 않은 계절의 부산물 같다. 봄은 따뜻한 설렘이, 가을은 고즈넉한 깊이가, 겨울은 차분한 고요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 여름. 단어가 주는 울림소리가 청량하게 느껴진다.


낮게 깔린 햇빛은 오래된 필름처럼 시야를 물들이고, 그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소중한 것들을 더욱 오래 담을 수 있기에, 여름의 온도가 100°C라고 이상할 것이 없는 계절. 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영원히 동경한 탓에 하루만 더, 한 계절만 더, 그렇게 괴로웠던 이 시간을 엉망으로 버텨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름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여름은 언젠가 또다시 돌아오고, 같은 방식으로 내게 스며들 것이니까. 여름은 언제나 여름답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언제나 그렇게 오니까. 마치 한 번도 떠난 적 없다는 듯, 시간을 감싸 안고 그렇게 되돌아온다.



나에게 여름은 그저 한 철이라도, 여전히 여름은 내게로 온다.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