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직업을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나는 늘 마법사 계열을 선택한다. 게임을 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잠시 마법사 계열 직업에 관해 설명하자면, 주로 원거리에서 파티원을 보조하며 공격 및 방어를 담당하거나 때로는 파티원에게 유용한 버프를 제공하며 치료를 해 주는 직업이다.
조심성이 많고 경계가 심한 성격 탓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전장 앞에 나가 파티원을 보호하며 적의 공격을 막아 주는 탱커나, 선발대로 근거리 공격 계열인 전사 직업을 기피하는 것 또한 마법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마법사는 무기 또한 왠지 모를 신비함이 있다. 검과 방패, 활과 화살이 주는 거친 무기와는 달리 신비하고 뭔가 다른 세계와 소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완드(지팡이)와 오브는 마법의 다채로운 매력에 푹 빠지게 해 주는 플러스 요인이다.
마법과 마법사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해리포터' 또한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11세 생일을 맞이하면 생일 당일, 호그와트 마법학교는 편지를 통해 입학을 통지한다. 해리포터를 처음 본 날 이후, 나는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지팡이를 타고 날아다니고, 머리 아픈 수학 문제 대신 마법으로 깃털을 공중에 띄우고, 나만의 마법 반려동물도 키울 수 있는 그런 마법사가. 거대한 거미와 갑자기 나타난 트롤과 싸우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시련 또한 마법사가 겪어야 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었다.
비록 11살은 한참 전에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발신 오류로 인한 호그와트 초대장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생일에는 꼭 잊지 않고 입학 편지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학도 마법사라도 뭐 어때.
마녀들이 주문을 외우고,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휘둘러 다채로운 효과와 빛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장면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제 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단순히 초자연적인 힘이나 현상이 아닌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끝없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한 마법의 최초 정의였다.
마법은 단순히 능력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감정과 마음과도 연결되어 있다.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관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작은 희망이 모여 커다란 기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많은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하게 되는 마법적 서사는 이를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큰 감동과 위로를 준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고, 말도 안 되는 허구적인 상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법은 그저 단순한 판타지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신화와 연금술로, 현재는 과학과 기술로 모습과 형태를 바꿔가며 여전히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끝없는 탐구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고자 하는 인간의 도전정신을 상징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마법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살아가면서 종종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기적처럼 찾아오는 감동의 순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꿈같은 시간, 예상치 못한 따뜻한 손길에 마음이 녹아 서로 애정을 주고받는 것. 이런 모든 순간은 마치 세상이 나를 위해 살짝 마법을 부려 준 것처럼, 드물지만 더욱 특별하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쌓여, 결국 우리의 삶은 마법처럼 빛나게 된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마법은 우리가 느끼고 기억하는 모든 특별한 순간 속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