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회에서 프롤로그의 제목을 "36살, 야망을 위한 순직" 이라고 뽑았습니다.
꿈많고 야망에 넘치던, 하지만 그것을 쫓는 과정에 34살에 암에걸려 2년후 요절한 저의 첫 직장 맡고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저는 2008년 서른살이라는 나이에 다소 늦게 정규직으로 취직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직장내 괴롭힘, 갑질등이 이슈가 되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함부로 못 대하지만,
당시만 해도 상명하복, 까라면까, 선배의 말에 감히 토달기 어려운 회사 분위기였습니다.
사회를 야생으로 비유하곤 하던데,
사회 초년생은 먹이사슬 가장 아래 있는 설치류나 토끼,
과장 차장은 윗사람들 눈치 살피며 줄타기 하는 여우나 늑대, 그러면서 토끼 잡아먹는 하위 포식자
임원은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 사자 정도로 느껴 졌습니다.
첫 직장에서 여우가 아닌 사슴같은 좀 순한 사수를 만나길 기대 했지만, 군대나 직장이나 참 사람 만나는 운도 지지리도 없었습니다.
제가 그 회사 뽑힌 이유가, 제 전임자가 사수 과장(이야기의 주인공) 의 갈굼에 시달리다가 퇴사한 자리 땜빵이었습니다.
지금같았으면 당장 직장내 괴롭힘으로 처벌 받을 수준이었죠.
모르면 물어보라고 해놓곤 막상 물어보면, "바보가?"
다른 의견 말하면 "입사 3년은 벙어리로 지내랬지?"
자기 주말에 나와서 일해야 할때 "주말에 약속없제?"
갈구는 상사 탓보단 "내가 머리가 그렇게 나빴나?, 아님 사회부적응자 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무너지는게 참 힘들었네요.
하지만 그는 호랑이 전무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호가호위 하는 여우였기에, 물소 같았던 바로 윗 팀장 조차도 감히 저지 할수 없었습니다. 저지했다가 오히려 그의 역풍 맞아 채면 구길걸 아는지, 무심한척 신경안쓰는척 하는 팀장이 더 얄미웠던거 같네요.
매일같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가영이의 퇴사짤을 품고 다니던 반년째, 해를 넘기고 그는 34살에 결혼을 했고 결혼하면 좀 변하지 않을까 기대 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의외의 반전 계기가 생겼습니다.
결혼하면서 인생 리셋하는 기분으로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는 위암3기라는 청천벽력이었습니다.
그에겐 감당하기 힘든 현실, 나에겐 회사생활 반전의 기회.
남의 머리통 깨지는것 보다 내 머리칼 뽑히는게 더 아팠기에 속으론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겉으론 걱정하는척, 그때 만큼 표리부동하며 가식적인 기분을 가졌던적은 없었던거 같네요.
그가 정밀검진을 위해 한 3일 자리비웠을동안 많이 바빴지만, 맨날 발기발기 찢어져 잡아 먹히는것 보단 훨씬 나았습니다.
확실히 퇴사할거라고 믿었는데 반전이 다시 반전되어 계속 다닌다고 했습니다.
이유인즉,
1. 보험 없음
2. 모아놓은 돈 없음, 즉 회사 월급 = 치료비
3. 위암 3기지만, 위에 작게 암세포가 있고, 림프절에 아주 조금만 전이 되서 수술은 불가하고 항암으로 잡을수 있음
젊은나이에 인생의 큰일을 당해서 인지, 한동안 의기소침 해서 별 말도 없고 갈구지도 않았습니다.
며칠동안의 침묵을 깨듯 어느날 뜬금없이 제게 물었습니다.
그 : 니는 회사 왜 다니노?
나 : 돈벌고, 결혼하고, 집사고, 가족 먹여 살리고, 회사 다니는 목적이 다 똑같은거 아닙니까?
그 : 닌 그거 말곤 임원되서 니회사처럼 운영하고 싶진 않나?
나 : 돈이목적이지 아직 그기까진 생각 안해봤습니다.
그 : 그럼 닌 돈 많으면 회사 안다닐끼가?
나 : 뭐 지금보다 수월한 일을 했을지도 모르죠
그 : 니말이 맞네, 내가 지금 돈이 목적이라 회사 다닌다, 아니면 죽거든
찌르면 피한방울 안나올거 같으면서도 늘 송곳니만 내밀던 그였는데, 처음으로 속마음을 터놓으니 약간의 측은함이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쥐가 고양이 걱정하듯한 마냥 불쌍하지만은 않은 복잡한 측은함 같은거요.
그런 측은한 감정 동냥받는걸 거부하듯, 그는 저와 팀장, 본부장 외엔 아무에게도 자신의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