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작별인사

by 여름해변

그가 임종을 앞둔 경망한 상황에, 회사에선 가급적 각별했던 사람이 아니면 병문을 자제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와 친했던 동료직원 두명과 함께 마지막 작별인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난생처음 가보는 호스피스 병동....

예정된 죽음을 대기하는,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그곳에서 장례식장 보다 죽음에 대해 훨씬더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누구나 반드시 죽음을 맞이 할것이지만 가장 피하고 싶고, 아직 젊은 나에겐 매우 생소한 죽음....

죽음 저너머엔 안식이 있을거란 믿음으로 임종을 앞둔자에겐 담담함을, 유가족에겐 위로를


예식장에서 처음봤던 그의 아내를 호스피스 병동에서 두번째로 봤습니다.

별안간의 암 재발과 속수무책의 전신전이로 그보다 더 힘들었을 그의 아내,

한달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던건지, 아니면 모든 혼란함과 암담함을 다쏟아 냈던것인지, 의외로 담담한 표정으로 얕은 눈시울만 붉히며 그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진통제로 거의 잠 들어있었다는데, 제가 갔을땐 의식이 반쯤 있는 상황에서 흰자위만 보일정도로 통증에 몸부림 치고 있었습니다.

그녀와 이전에 일면식도 없었지만, 그녀는 제가 익숙한듯 저와 동행한 두명보다 먼저 침상으로 안내했습니다. 심지어 제 이름도 알고 있었습니다.

"현종씨, 우진씨 병문안 왔어, 인사해야지"

그렇게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그는 두손으로 제손을 힘껏 잡아서 가슴품으로 끌어 당겼습니다.

어떠한 말도 들을순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지난날에 대한 마지막 사과였습니다.

이윽고 힘이 빠진듯 반 혼수상태가 되어, 동행한 두명과는 인사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제가 왔다는 말을 듣고 사력을 다해 마지막 마중을 나온거였습니다.


작별인사를 마치고 그의아내가 그가 하지못한 말을 대신하듯 말을 걸어왔습니다.

"현종씨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그런와중에도 먼저번에 흑마늘도 챙겨 주시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맨날 갈구기만 하는줄 알았는데, 아내에게도 말하며 나를 살뜰히 여겼구나 라는 뒤늦은 그의 츤데레 모습을 알고나니 뜨겁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일에대한 욕심과 성공욕이 컸던 그였기에 장례식장은 꽤 붐볐습니다.

36살 고인의 장례식인 만큼 다들 무겁게 애도하는 마음이 컸던건지 빈소는 비교적 대화가 조용했습니다.

고인의 어머니는 그의 임종소식을 듣고 몸저 누으셨다는데, 호스피스 병동 입원할때 까지 암으로 투병했다는걸 가족들에겐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중증 치매로 아들의 장례식장에 있다는것 조차도 모를 정도로 멍한 모습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고 미망인 혼자서 더 애달프고 힘들게 문상객을 맞이했습니다.


천수를 누린 노인의 장례식장은 그냥 덤덤한 느낌이지만, 젊은나이에 부모보다 먼저간 장례식장 에서는 정말 찹참한 마음과 복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년은 먼저간.... 어떻게 보면 순식간에 지나갈 세월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일 그에게 호스피스 병동에서 그가 가진 모든것과 그 수십년을 바꾸자고 한다면 아마도 스스럼없이 모든걸 내놓겠다 할것입니다.

식상한 격언이지만,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는 어제 죽은자가 그토록 바라던 하루이다" 라는 말을 되내이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하며, 누려야 할것인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36년이란 짧은 생중, 10년을 회사에서 큰꿈을 꾸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그.

큰병에 걸리고, 먼 꿈을꾸며 현실을 희생하고 감내하는것이 가장 큰 후회였다고 했습니다.

먼미래 보단 지금을 누리는것이 행복이다.

그의 죽음으로 저의 삶의 이유가 전부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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