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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Apr 13. 2023

[한자썰82] 還, 돌아옴, 그 놀라움과 슬픔

지구 사는 까만별 작가님 어머니의 소생(蘇生)을 빌며…

還(돌아올 환) : 辵(쉬엄쉬엄 갈 착) + 睘(놀라서 볼 경)


금문 還은 발걸음(辵), 둥근 옥 목걸이(O),눈(目) 그리고 옷(衣)이다. 睘(놀라서 볼 경)이 목에 걸린 옥을 보고서 눈이 휘둥그레져 놀라는 장면이라고 하니, 그 옥이 범상치가 않았던가 보다. 그 크기가 엄청나고, 비기(秘記)가 담긴 귀한 문양이 휘황하게 새겨져 있었을 것이다. ( 【 표1 】 )


떠났던 자가 그렇게 대단한 옥을 구해서 돌아 왔으니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또는 떠난 자가 우여곡절 끝에 돌아 왔는데, 사람들이 그를 환대하여 그런 옥을 목에 걸어 주니 그가 놀란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어떤 곳을 굳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 온 데에는 무언가 다 사연이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항상 놀람이든, 감격이든, 반가움이든, 슬픔이든 여러 감상이 따라 붙는다. 還 자는 바로 그런 순간을 포착한다.


【 표1 】還의 자형변천

전국시대 조(趙)를 호시탐탐 노리는 강대국 진(秦)이, 조의 국보인 화씨옥(和氏玉)을 자기네 성(城) 15개와 맞바꾸기를 요구하며, 화씨옥을 진으로 가져오라 한다.


동산인 옥이야 가져 왔을 때 뺏으면 그만이지만 부동산인 성은 사정이 다르다. 진이 옥을 차지하고도 성을 넘겨주지 않으면, 조가 그 옥을 되찾거나 성을 차지할 방도는 전쟁 밖에 없다. 하지만 약소국 조로서는 외교적 굴욕을 무릅쓰고서 옥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거래는 강대한 진이 약소한 조를 침략하기 위한 빌미를 만들려고 어거지 술수를 부린 것이다.


하마터면 진(秦)에게 빼앗길 뻔한 화씨옥은, 조(趙)의 사신 인상여(藺相如)가 목숨을 건 기지를 발휘해서, 티끌만한 흠도 없이 원형 그대로 무사히 조로 돌아 오게 된다. 완벽귀조(完璧歸趙)! 한 치의 결함도 없는 완전함을 이르는 말인 '완벽(完璧)'이 유래한 고사(故事)다. 주)


還 자는 이 고사를 절묘하게 담고 있다. 우선 둘 다 옥이 등장한다. 그리고, 포기해야 했던 국보가 극적으로 무사히 돌아 왔으니 놀라지 않은 이가 없었을 것이다. 조(趙)는 그 자랑스러운 외교적 성과, 완벽귀조를 금문 還으로 새겨 후대에 길이 길이 전하고 싶지 않았겠나! 금문은 주로 정벌, 제사, 계약, 왕명과 같은 중요한 사건들을 지워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주조되었다.


누군가가 떠났다가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 온 이유는, 그를 떠나게 만들었던 원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닿은 곳에서 목적을 이루었거나, 있던 곳에서 문제들이 해결된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 돌아 온 자가 환영을 받기란 여간해서는 어렵다.


【 표2 】 哀의 자형변천

사족, 哀(슬플 애)는 상복(衣)을 입고 곡(口)을 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睘(놀라서 볼 경)의 아랫부분이기도 하다. 놀람과 슬픔, 그것들은 감상의 다른 표현일 뿐 그 근원은 궁극적으로는 다를 바가 없다.( 【 표2 】 )


還은 그렇게 복잡하다. 떠난 자가 돌아 왔다는 객관적인 현상보다 그로 인해 생기는 감상과 느낌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이…! 還의 간체자가 还인 것은, 그 글자의 복잡함 때문이 아니다. 돌아 옴으로 인한 오만가지 감상을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不(아닐 부)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구 사는 까만별 작가님의 마음 간절한 글을 읽고 還을 생각했다. 부디 어머니께서 의식을 찾으셔서 신과의 계약을 꼭 지켜 주시길 기원 드린다. 그 귀환(歸還)이 작가님에게는 화씨옥보다 몇 배나 더 찬란한 완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幽咽。


주) 璧(구슬 벽) : 둥글고 넓적한 도너츠 모양을 한 중국의 고대 옥기(玉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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