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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othing Oct 14. 2023

츄르 껍데기와 빈 참치캔과 사랑

나는 기억한다

 나는 기억한다. 회사 주변엔 길고양이들이 많았다. 곳곳에 박스로 만든 집과 사료가 담긴 자그마한 그릇이 숨어있었다. 그들은 사람들 발자국 소리에 놀라지 않고 따끈한 아스팔트 바닥에 드러누웠다. 사람을 쏘아보며 냐앙- 소리를 빽 지르기도 했다. 거리에는 빈 츄르 비닐이 굴러다녔다. 참치가 담겨있었을 빈 참치 캔이 우뚝 서있었다.


 밤길이었다. 검은 고양이가 빈 참치캔을 핥고 있었다. 그 참치캔에 참치가 가득했던 건 며칠 전이었다. 나는 지나가야 하나, 고양이가 다 핥기를 기다려야 하나 고민했다. 사람들 다리 사이에서 아랑곳하지 않던 통통한 고양이들이 생각나 발을 디뎠다. 검은 고양이 털이 곤두서며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검은 고양이는 앙상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츄르 봉지와 같은 츄르를 샀다. 또다시 밤길이었다. 검은 고양이는 참치가 없는 빈 참치캔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푸석푸석한 검은 고양이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뼈가 도드라지는 등을 보았다. 주머니 속 츄르를 만지작 거렸다. 바닥에 빈 츄르 껍데기를 보았고 빈 참치캔을 보았다. 빈 참치캔 뚜껑이 날카로워 보였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 고양이를 지나쳤고 고양이는 화들짝 놀라 몸이 튀었고 나는 사람들 뒤축을 보며 걸었다. 주머니 속 츄르가 따듯해지고 있었다.


 다음 날 고양이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흰 옷을 입은 사람이 깨끗한 그릇에 물을 붓고 새 사료를 챙겼다. 길바닥의 츄르 껍데기와 빈 참치캔을 주웠다. 깨진 유리 조각과 아이스크림 막대기도 주웠다. 그 사람의 손바닥만 한 가방에 쓰레기가 자꾸자꾸 들어갔다. 저러다 통통한 고양이들까지 모두 집어넣어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요즘 앙상한 검은 고양이가 자꾸 생각난다. 누군가 책임지지 않은 츄르 껍데기가 생각난다. 쓰레기가 된 사랑을 집어넣던 요술 가방도 생각난다. 개봉되지 못한 채 쓰레기통 속에 들어가 버린 츄르를 생각한다.

 사랑은 뭘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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