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enothing
Oct 06. 2023
나는 기억한다. 그 애는 두 번째 연인이었다. 연인이라고 하기엔 참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너 나랑 사귈래,라고 그 애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기에 달리 부를 단어가 없었다. 그 애와 난 딱히 친하지 않았다. 요란한 연애를 하던 그 애와 그 애의 전 연인이 소란스럽게 헤어졌다. 어쩌다 그 애가 나를 보았고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나는 키스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그 애가 갑자기 몸을 붙여왔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숨을 참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애의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았다. 낮은 목소리가 너, 눈이 예쁘네 라며 속삭였다. 그러나 실재 말이었는지 혼몽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까워졌던 몸이 떨어지고 나서야 질끈 감은 눈을 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메마른 입술이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