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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즈 Jan 18. 2022

[행복한 공부대화1]. 인지발달과 적기교육

유아기부터 아동기까지의 인지발달에 대하여

   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경 온라인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즈음이었습니다. 오프라인 프로그램도 아니고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만큼 뭔가 학생들의 흥미를 끌 요소가 필요해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마인드셋으로 유명한 캐롤 드웩 박사가 만든 brinology.us(현재는 접속이 불가하네요)라는 사이트를 발견하고는 캐롤 드웩 박사의 저서, 연구 논문을 닥치는 대로 파고들었지요. 그리고 여기서 몇 가지 새로운 개념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바로 뇌의 가소성과 성장지향적 마인드셋입니다. 현재 나의 상태가 바꿀 수 없는 불변의 것이라고 여긴다면 우린 더 이상 노력을 할 이유가 없어지지요. 하지만 내가 아직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이고 지금의 노력과 경험이 성장의 원동력이고, 이러한 과정 끝에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성장 마인드셋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실패에도 멈추지 않고 지속할 것입니다. 그런데 캐롤 드웩 박사가 제안한 성장 마인드셋은 왠지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하면 다 잘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공부 시킬라고 하는 빈말 같지 않으신가요?^^ 캐롤드웩 박사는 자신의 마인드셋 이론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지지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뇌의 가소성! 뇌는 사용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며 노년이 되어도 학습과 경험이 뇌를 변화시킨다는 수많은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며 캐롤 드웩 박사는 마인드셋과 뇌의 가소성을 연결지은 것이지요. 그리고 아동 및 청소년들이 자신의 뇌의 기제를 이해하고 성장지향적인 마인드셋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요. 그저 열심히 노력하면 다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과학적 연구결과와 우리 뇌의 특성을 논리적으로 알려주고 설득하는 과정은 학령기 아동들에게 커다란 통찰을 주었고, 학업이나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 이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온라인 자기 주도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그 효과성에 관련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깨알 자랑. 연구 결과는 당연히 유의했지요!).


  교육학을 전공하며 학습과 인지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배웠지만 뇌과학은 새로운 분야였고,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리고 뇌과학과 캐롤 드웩 박사 이론과의 만남은 제 일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대표적인 변화 중에 하나는 학생들과 부모들을 만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좋은 말이 아니라 '좋아지자는 결심'을 하게 되는 말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세요.'가 아니라 '작은 일에도 부끄러움과 불쾌감을 크게 느끼는 아이니 되도록이면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주세요. 그러면 덜 긴장되고 덜 불안하니까 엄마의 이야기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 과정을 통해 왜 그런지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해주면 누구나 자신의 변화를 더 크게 원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렇게 말을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에게 초등 고학년 수준의 주의집중력을 요구하거나, 초등 3학년 자녀에게 중등과정 수학 문제를 풀리면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자녀를 비난하는 부모들에게는 '좋아지고 싶은 결심'이 들게 하는 게 불가능했어요. 부모의 목표는 자녀가 해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좋게 말해도 자녀가 이뤄낼 수 없는 기대이다 보니 결국 부모는 늘 자녀에게 좌절하고 실망하고 화를 내게 되지요. 황* 수학학원 입학 테스트가 있는 달에는 초등 2학년 부모들이, 어학원 입학 테스트가 있는 달에는 예비 초등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혹시 우리 아이 지능에 문제가 있나요?'라며 검사를 받으러 오셨지요. 사실 이렇게 만난 아이들은 대부분 우수했고, 미숙한 부분이 분명히 있으나 발달 과정에서 보면 충분히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뇌가 성인의 뇌와 비슷한 물리적 형태를 갖추려면 최소 만 24세가 지나야 된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요? 인지발달 이론들을 찾아보면 학령전기에서 아동기 중기까지는 학습을 해낼 수 있는 인지기능이 급격하게 발달되는 시기인데요. 보통 만 4-5세 경이되면 기억의 용량이 늘어나고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며 학습을 해낼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됩니다. 아동마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어떤 아이는 주의력과 기억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어떤 아이는 더디게 이 기능이 올라오게 되는데요. 뇌는 가소성이 있고 인지기능은 사용하면 사용한 만큼 능력이 쌓이게 되니(이것을 전문성의 효과라고 합니다)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동기 초기가 되면 다양한 상징(글자나 수)을 학습할 수 있게 되고, 제한된 지식이긴 하지만 귀납적인 추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제한된 지식으로 추리를 하기 때문에 비약적이고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겐 중요한 발전의 밑거름이지요. 그러니 고쳐주거나 놀리지 마시고 끝까지 들어주셔야 합니다. 또 이 시기에는 선택적 주의력이 크게 발달하며 학습을 해내갈 수 있는 기본 태도가 잡히게 됩니다. 나에게 중요한 자극과 그렇지 않은 자극은 변별하고, 필요한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인지 조절 기능이 좋아지면서 좀 더 오랫동안 학습을 지속할 수 있지요. 중요한 점은 아동기 초기의 이러한 인지발달에선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직은 누군가의 조력이 있어야 그 능력이 크게 드러나는 시기이므로 지지와 격려, 약간의 힌트, 성공한 후에는 아낌없는 칭찬이 아이들에겐 늘 필요합니다.

  아동기 중기가 되면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되어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읽기가 가능해지고, 추리와 문제 해결 능력도 발달하게 됩니다. 책략을 세워서 수학 문제를 풀거나 자신의 생각을 계획하여 글을 쓰는 능력도 발달하게 됩니다.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가는 것이지요. 배운 내용을 응용하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아동기 중기의 아이들은 배워나가게 됩니다. 이러한 인지 발달을 통해 초등 고학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학습을 원활하게 해 나갈 수 있지요.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계획하는 능력도 이 시기에 발달하게 되는데 인지기능이 적절히 발달되고, 시간계획관리 훈련을 적절히 경험한 아이들이라면 초등 고학년부터는 자기 주도 학습이 어느 정도 가능해집니다. 물론 어른들의 주기적인 관찰과 지도, 방향 제시가 필수적이긴 하지만요.


  아동기는 인지기능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시기입니다. 오늘 자녀의 실패가 내일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패와 실수의 경험은 아이들의 노하우가 되고, 실력이 됩니다. 그리고 언젠간 성공의 경험이 더 많아지는 날이 오겠지요. 자신들이 갖고 태어난 기질적 특성이 어떻든 성공과 실패의 경험 속에서 아이들은 유능감과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유능감과 자긍심을 높게 가진 아이들은 자신이 잘해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념을 갖게 됩니다. 이 신념이 바로 성장 마인드셋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자녀의 실패에 어떤 태도를 보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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