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간단한 방법
"암은 생활습관병이라고 해요. 되돌아보면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나를 갈아넣고 사는 시간과 작별하라는 내 몸의 명령이 아닌가 합니다."
어제 먼저 암을 견뎌낸 한 선배님이 보내준 메시지의 일부다. 정말 맞는 말이다. 작년에 암진단을 받고 완전히 새로 태어난 친구를 봐도 그렇다.
자기 일에 몸을 갈아넣고 살았던 사람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 남들이 하는 것이 맘에 안드는 혁신주의자, 주변 사람들을 외롭게 두지 않으려는 관계지향형 인간, 기반이 단단하지 않으면 드러나고야 마는 허술함을 참지 못하는 내공주의자들.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내 방 안에서조차도.
선배님은 병을 얻고 나서 50대 중반 나이에 빡센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바디프로필을 찍었고,
내 친구는 완벽한 식단관리와 부지런한 운동, 기타 연주로 풍요로운 삶을 시작했다. 덩달아 나도 식단을 바꾼지 1년쯤 된 거 같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내가 병이 걸릴 확률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실손보험 보장을 낮췄다. 이런 자만심이라니.) 후회한다. 나이를 잊었다.
아직은 병에 대한 두려움보다 일에서 놓여난 기쁨이 너무 커서,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이 더 많다. 암에 대한 탐구나 치유를 위한 계획, 내 삶을 바꾸려는 노력은 아직 특별한 게 없다.
암을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들을 생각하면 혹시나 내가 나의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한다. 밤잠을 한시간 늘렸다는 거(11시~5시), 어딜 다녀오면 기꺼이 낮잠을 한시간쯤 잔다는 거, 아침 운동(정릉산책)을 시작했다는 정도다.
예쁘게 접시를 채워 아침 저녁을 먹고, 점심은 좀 푸짐히 먹기로 했다. 오전에 외출하는 루틴을 당분간 유지하려 해서 가끔은 좋은 음식을 골라 사먹기도 하련다.
서두르지 말아야지.
나에게 앞으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누가 내 곁에 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