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마워요, 선생님

by 김혜정
여러분의 고입, 주변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들, 부모님들의 기대, 그리고 나는 절대 저런 선생님이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저까지.
요즘은 많은 생각을 하는 시점이에요.
저의 지도 방법에 피해 보는 학생이 나오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하고
잔소리도 많아지니 서로 서먹한 것 같기도 하고 이제 학교에서 제일 학년이 높으니 교실 가는 횟수도 줄여봤고요.
저는 여러분보다 아주 조금 약간 더 어리를빗 오래 살았지만, 그래서 여러분의 부모님들만큼 지혜롭진 않지만 제 나름의 방법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있어요.
여러분에게 안녕 인사하는 것,
좋아하는 가수, 배우, 스포츠팀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해서 여러분과 대화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 여러분이 큰 마음고생 없이 인생을 펼치길 바라고, 사회에서 이상한 사람 취급받지 않길 바라는, 그리고 더없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 등등입니다.
여러분과 함께여서 2년간 행복도가 높은 저처럼요�
잔소리를 하는 저와 지금 이 글은 결이 달라 이상하게 느끼는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그냥 저와 함께 한 시간들이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고
좋은 선생님이었다로 남길 바라요.
아마 다른 선생님들보다는 제가 이런 단톡도 훨씬 자주 남길 거예요. 이것 제 나름의 표현입니다.
여러분이 내년 1월에 졸업하고 나면
아마 가장 많이 생각날 거예요. 찾아오라곤 안 할게요. 잘 지내며 살다가 가끔 안부 전해줘요.!
그럼 제발 내일 지각, 결석, 조퇴 없이 만나요.


사람이 일평생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만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사람이 내 부모라면, 내 담임 선생님이라면, 내 배우자라면, 내 친구라면...


위의 글은 우리 큰아들의 현재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 단톡방에 올려주신 여러 글들 중의 하나입니다. 아들도 이 톡은 특별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는지, “엄마, 이거 우리 현우쌤이 올린 글이다!!” 하면서 내 눈앞에 들이밀었더랬죠. 이 톡을 올려 주셨던 건 11월 중순이었어요. 아이들이 고입을 앞둔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르기 전, 지치고 힘들어하고 불안해하는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여러 감정들을 느끼신 것 같아요.


자기 학교에서 현우쌤만큼 좋은 선생님은 없다고, 단연 최고라고, 자기는 정말 운 좋은 아이라고 감격해했던 아들의 모습과 3학년 마지막 시기를 지나면서 아이들의 흩트러진 감정을 어르고 달래며 끝까지 힘을 실어 주고자 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제가 현우쌤의 학생인 양 울컥해졌었죠.


우리 아이들보다 a little bit 오래 살았지만 – 선생님은 20대, 아이들과 불과 10여 살 차이 –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관심사를 찾아서 공부하고, 좋아하는 걸 찾아 같이 좋아해 주고, 마음고생 없이 살길 바라 주고, 미래를 위해 잔소리 폭격도 날려주고, 그럼에도 기죽지 않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 주는 그 진심 어린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났습니다.


아마 11월 중순 그때쯤 아이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시험에 임해 주길 바라면서 아침저녁으로 잔소리와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들려주셨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한 말이지만 아이들 표정을 보면 돌 씹은 표정이고 어쩌면 지루해하는 행동이 눈에 띄었겠죠.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반복되면 잔소리인지라 선생님 마음속엔 어느새 묵직한 돌덩이가 하나둘 늘어가고 뒤돌아서면 후회되고 내가 좀 덜 말할 걸 그랬나 싶고 그랬겠죠. 암~ 알고 말고요. 선생님, 선생님 마음 잘 알아요. 그게 부모 마음이니까요.


불붙는 열정이 있으시고 아이들을 향한 지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기에 이런 따뜻한 채찍질과 위로의 말이 흘러나온다는 것,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이번 주 금요일이면 고입 전형이 마무리가 됩니다. 이 지역에서는 내신에 따라 고등학교를 가게 되지요. 우리 아들은 원하는 곳을 갈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저는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 줍니다. 물론 환경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니까요. 고등학교 그 빛나는 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어떤 미래를 꿈꾸느냐 하는 그 사람 머릿속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어요. 그리고 어떤 친구를 만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도 모두 본인의 선택이고 본인의 몫인 거죠.


다만 조금 바라는 것은 중3 현우쌤과 같은 선생님을 앞으로 고등학교 생활에서 많이 만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선생님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저는 아이가 초1 들어가기 전부터 거의 매년 선생님 만나는 복을 놓고 기도했어요. 좋은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를 성장시키고 나쁜 선생님의 차별적인 언어가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정말 초1부터 중3까지 좋은 선생님들 많이 만났는데 괜히 안심하고 기도를 별로 하지 않았던 해에는 정말로 딱 두 분 아이를 힘들게 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걸 선생님께 의지하거나 탓하고 원망하는 것은 아니에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건 중심을 잘 잡고 자기 길을 가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아이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선생님의 말씀이나 마인드(교육관)에 크게 휘둘리는 민감형 아이는 조금 영향을 많이 받아요.

가정에서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보호가 더 많이 필요해지고 아이가 위축되는 만큼 가끔씩은 불필요한 갈등 상황도 빚어지게 되죠.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보다 '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중요합니다. 제가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신 분들도 다 초ㆍ중ㆍ고 선생님 몇 분이었고 나이가 들어도 과거를 돌아보며 저에게 큰 영향을 주셨던 선생님들을 떠올리듯이, 우리 아들도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될 수 있는 분들을 만나 새로운 꿈을 품고 건강한 정신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현우쌤은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p.s 현우쌤의 톡(글)은 현우쌤께 허락을 받고 인용하였습니다. 이번 해에는 아들이 척추를 다친 일도 있지만 워낙 섬세하시고 자상하셔서 역대 선생님들 중 가장 통화량이 많았던 쌤이에요. 언제나 도움을 요청하면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려와 주실 그런 분이심. 여태까지 뵀던 분들 중 이렇게 공감 능력이 뛰어난 선생님은 없었습니다. 현우쌤은 안 물어봐도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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