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반에는 보통 6~7살 친구들이 수업을 한다. 7살인 체리는 공주님으로 통한다. 어머님께서 데리러 오실 때가 있는데 내가 '체리 어머님'이라고 부르면 체리는 "선생님! 그거 아니에요. 어머님이 아니라 '어마마마'라고 불러야 돼요! 아빠는 '아바마마'라고 불러야 되고요!"라고 할 때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체리는 뭐라고 불러야 돼?"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체리공주님이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주님이어서 그런지 가끔씩 상큼 발랄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나의 눈치를 보면서 종이쪼가리에 '바보'라고 적고 다른 친구 의자에 둔다던가, 수업 중에 토끼를 보고 오겠다며 맨발로 뛰쳐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구를 놀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아인이는 "바보는 나쁜 말 아니에요. 바다의 보석이라는 뜻이에요."라며 우리가 어렸을 때 한 번씩 써먹었던 농담을 내뱉는다. 그래서 내가 "그러면 체리한테 바보라고 하면 체리는 기분 좋을 거 같아?"라고 했더니 살짝 주춤하더니 표정이 샐쭉해지며 "네."라고 대답하더라. 그 표정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웃으며 나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렇게 가끔씩 얄밉거나 엉뚱한 행동을 할 때마다 나의 어렸을 적 모습들이 보인다. 선생님들이 나를 얼마나 많이 봐줬을까.
학원 차량을 타러 나가서 줄 서있을 때 옆 반의 초등학교 언니오빠들 사이에 껴있는 체리의 모습을 볼 때는 영락없는 유치원생이다. 반에 있을 때는 꽤 커 보이는데 초등학생들 사이에 껴있으니 왜 이렇게 작아 보이던지. 이렇게 또 하루 나는 체리를 봐주며 체리가 1승을 거머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