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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Mar 12. 2024

죽음과 추모의 방식에 관한 짧은 생각


언젠가 시어머니께서 내가 죽거든 산에 뿌려달라 말씀하신 적이 있다. 자식들에게도 후세에게도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은 깊은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지난주 같은 말씀을 하시길래 이렇게 말씀드렸다.


“어머니, 이건 저 혼자 해본 생각인데요. 저희가 마침 집을 지었으니 부모님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나무 아래 모시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물을 주고 가지를 쳐주며 인사도 드리고 지금처럼 사는 얘기, 푸념을 늘어놓고 싶어요. ‘벌써 봄이네요.’, ‘요즘 선중 씨는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오늘 이래서 속상했는데 어머니 이럴 때 어떻게 하셨어요?’ 이런 얘기들요. “

어머님과 연명 치료와 자발적 안락사에 대한 얘기도 종종 나누는데 태어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죽는 방식과 추모의 방식은 좀 더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 때론 생의 유지보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추모의 형식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의 부모님뿐 아니라 필연적인 죽음 앞에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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