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평가하는 사회
아무도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이유를 생각하지 않아…. 왜 공부를 잘해야 하죠? 라고 묻지 않지….
그래서 부모들은 시험점수는 무조건 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성적이 나쁘면 아이를 다그치지….
그런데 시험점수를 잘 받으면 공부를 잘하는거야?
사실 공부를 잘한다는건 두 가지의 의미가 있어….
첫 번째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쌓아 나간다는 것,
두 번째는 노력하고 인내하는 자세를 배운다는 것….
그런데 시험점수가 꼭 저 두 가지를 성취했다고 반영하는 것은 아니야…. 시험은 그것들을 점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시험점수가 좋아도 내가 몰라서 찍은 것일 수도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 반대로 시험점수가 나빠도 아이는 지난번 시험보다 더 많이 노력했고 점점 나아지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어….
나는 미술학원을 하니까…. 부모님들은 종종 이런 요구를 하곤 해…. 아이가 재료를 다양하게 썼으면 좋겠어요….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했군요…. 이 부분이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앞에서 말한 공부와 비교하자면 이런 요구들은 사실 시험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거야….
가령 아이가 재료를 다양하게 쓴다고 창의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야…. 그렇게 보이는 거지…. 시험점수 잘 받으면 공부를 잘해 보이는 것처럼…. 나는 재료를 다양하게 쓰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보다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때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줄 아는 것이 더 정확한 목적이 되겠지. 그러니까 반대로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반복해서 표현할 때 한 가지 재료만 메인으로 고집할 수도 있는거야. 다른 것들도 고려해 봤지만 그게 가장 마음에 들 수 있으니까….
이런 경우도 있어. 나는 아이들과 수업을 하면서 많이 봐 왔으니까 아이의 작품을 딱 보면 와~ 정말 노력해서 만들었구나…. 라는게 느껴져…. 비록 삐뚤빼뚤하게 색칠되고 뭔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지 못해도 그 나이대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이나 인지능력을 아니까 저 정도면 아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한 것인지 아는거지..
그런데 막상 아이의 작품을 본 엄마들은 표정이 좋지 못한 경우가 있어…. 작품만 보고 우리 아이는 미술을 못 하는구나…. 라고 생각해버리는 거야.. 눈앞에 보이는 작품 너머의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현재 우리아이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발전하고 있는 과정인지 알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거야….
그런데 이건 정말 중요한 거야…. 아이가 최선을 다했고 자기는 만족하는 작품을 만들어서 나왔는데 엄마가 "또 자동차 만들었어?" 라던가 "이 부분은 좀 똑바로 붙이지 그랬어~"라고 말한다고 생각해봐…. 아이의 기분이 어떨까??
우리 사회는 타인에게 일차적인 평가를 너무 쉽게 하는 것 같아. "야 너는 머리가 그게 뭐냐?"와 같은 말들이지…. 그리고 내 아이에게는 그런 말들을 더 쉽게 하는 것 같아. 아이가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들이겠지만 실제로는 아이에게 상처가 되거나 아이의 자존감을 꺾는 말들일 수 있는 거야. 소중한 내 아이니까 평가의 말을 하기 전에는 정말 깊이 고민해 봤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