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참되, 영향력은 키우는 현실적 해법
“일을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아니 지난번에 못알아들었으면 모르겠다고 말했어야지!”
실무 현장에서 가끔 마주하게 되는 말입니다.
정당한 피드백이 아니라,
모욕적으로 느껴질 만큼 무례한 언행일 수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동시에 이런 말이 목에 걸려 올라올지도 모릅니다.
“팀장님, 지금 말씀은 좀 심하신 것 같습니다.”
그 말, 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을 지금,
정말 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요?
상대가 틀렸고,
내가 논리적으로 옳다고 생각되어도
이미 무례한 태도를 보인 상사라면,
그 순간부터는 “정도”가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황한 상사는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를 ‘예의 없는 사람’,
‘말대답하는 직원’으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 기억은 의외로 오래가며,
인사평가, 중요한 프로젝트, 발언 기회 등에
작게든 크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팀 내 권력구조가 이미 견고한 상황이라면,
나의 정면 반격은 ‘고립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겨야 할 상대는 그 순간이 아니라,
그 상황 전체일 수 있습니다.
당장은 감정이 상해도,
무례한 상황을 조용히 넘긴 후 자리에 돌아와
감정을 정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집중할 수 있는 업무에 몰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상사와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이렇게 말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어제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기분이 조금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함으로써,
내가 기분이 안좋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유를 팀장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돌릴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은근히 ‘당신의 말이 꽤 날카로웠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습니다.
직설보다 오래 가는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왜 나한테만 이렇게 날카롭지?”
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앞에서는 웃지않고(때로는 정색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도 면박을 주고,
중요한 자료를 툭 던지듯 건네는 상사의 모습.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동료들에게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다양한 상황을 관찰하면서,
이런 무례함이 반복될 때
다음 두 가지 원인이
작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경우1: 여러분의 팀내 성과 영향력이 약하다고 인식하고 있을때
경우2: 여러분이 정치적 중심에서 멀어져있을때.
제 경험에 비춰
위 두가지 경우에 각각 2가지,
총 4가지 솔루션을 준비해보았습니다.
만병통치 정답은 아닐지라도
여러분이 해결책을 찾으시는데
어떤 실마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사 입장에서 어떤 구성원은 이렇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저 친구 없어도, 팀은 잘 돌아가지.”
이건 실제 업무능력과는 관계없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영향력’이 아니라,
‘상사의 인식’일 수 있습니다.
근래(예: 최근3개월) 내가 낸 실적이 위로 공식 보고된 적이 없다
내가 며칠 휴가를 가도 대체자 지정등 팀이 큰 문제 없이 굴러간다
팀장의 상사(본부장, 상무 등)가 내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전혀 모른다
이런 조건이 겹치면, 나의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팀의 핵심에 있지 않다’고 판단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그 인식은 태도나 말투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부나 자기 PR보다,
키포인트는 상사가 본인의 위에 보고하고 싶어질 만큼
형태가 갖춰진 실적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예시
한 시기, 저는 회사의 KPI가
(연초에 리더십 KPI alignment를 통해)
‘제품 가격경쟁력 강화’라는 걸 파악한 뒤,
우리 팀 중 가장 비용 비중이 높은 항목 하나에만
매일 routine 업무끝내고 틈나는대로
짬짬히 3개월을 몰입했습니다 (선행학습:파레토법칙편참조).
결국 7%의 원가절감을 이루었고,
팀장은 이 결과를 바로 상무에게 보고했습니다.
그 후부터 팀장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팀장의 보고서 속에 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대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 실력이 직접적으로는 전달되지 않을 때,
협업부서나 외부 파트너를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가 전달되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예시
어느 날, 협업부서에서
반복적 계산이 필요한 업무를 요청해왔습니다.
리드엔지니어는 바빴고,
중요도는 높지 않았지만
저는 그 일을 맡기로 했습니다.
캘린더에 일정을 짜고(실무일반: 마감 지키는 법참조),
상대 부서가 쓰기 편한 포맷으로 결과를 정리해
예정보다 일찍 전달했습니다.
그 결과,
협업부서 팀장이 우리 팀에 감사 인사를 보냈고,
팀장도 그걸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작은 업무라도 팀 외부에서의 신뢰를 확보하면,
내 입지가 조용히 강화될 수 있습니다.
다른 유형도 있습니다.
성과도 나쁘지 않고,
실수도 많지 않은데 유독 나에게만
날이 선 팀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특정 동료에게는 늘 웃으며 응대하고
사소한 실수도 유하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 안에는 프로젝트 권한과 정보흐름을 컨트롤하는
보이지 않는 내부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때 상사는
"나를 정치적으로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말투나 대우에서 차이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내가 팀의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류의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조력자가 될 수는 있습니다.
조자룡이 전장에 나갈 수 있었던 건,
늘 그의 말을 정비해주는 마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팀의 핵심 인물이 바쁜 일에 치여 있다면,
그의 자료 정리나 보고 초안을 조용히 도와주세요.
“고마워요”로 시작된 관계가, 어느 순간
“이 친구 없었으면 XX 프로젝트 못 했을걸요”
이런 식의 기여도 자산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말은,
팀장에게도 도달합니다.
그리고 팀장은 그 핵심 인물의
우군에게 무례하게 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팀에서 혼자 외롭고,
누구의 편도 아니라면
상사가 보기에도
“무시해도 문제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른 곳에서의 소속감을
조용히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사내 독서모임
전사적인 젊은 피 네트워크
다른 팀과의 스터디 모임 등
단, 중요한 원칙은 하나 있습니다:
절대 반(反)세력처럼 보이면 안 됩니다.
“우리 모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라는 포지션을 유지해야 합니다.
나를 괴롭히는 팀장은 그 모임에
안 오겠지만
(시도하는경우 지연/단체거절, 실무: 거절법편 참조),
그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방어막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무례한 팀장에게 정면으로 따지고 싶은 마음,
그건 틀린 게 아닙니다.
그저,
그것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고려해보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저또한 어렸을때 다른 조직에서 옳고 그름의 명분을 앞세워
정면으로 대응했다가 큰 맘고생을 2년 넘게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소극적으로 바뀌더군요.)
회사 생활은 감정의 세계가 아니라,
구조와 인식의 세계일 수 있습니다.
침묵했다고 진 게 아닐 수 있습니다.
감정을 넘기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그 순간부터
당신은 조용히 이기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
무례한 팀장을 바꾸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무례함은 때로,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점검하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감정이 아니라,
입지와 영향력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조용히 이길 준비를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P.S. 무례한 팀장을 옹호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어떤 경우에도 무례한 태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팀장과 정면으로 맞섰다가 마음고생을 꽤 했습니다.
그분은 결국 다른 건으로 징계를 받고, 좌천되었지요.
저도 “여러분을 지키는 건 여러분 스스로입니다. 옳고 정당한 일을 하세요.”
라고 멋지게 응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말 제가 아끼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그 무례한 상사가 스스로 본인의 행실을 경계하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게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