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추후 연재공지와 힘들었던 하루 회고
오늘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글을 올려드리며
잠깐 공지 알려드립니다.
매일 한 편씩, 거의 몇 달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오늘은 그 여정을 잠시 멈추며, 작은 방향 전환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처음엔 “누가 딱딱한 강의 같은 글을 좋아하겠어?” 싶어서
형식을 바꿔 소설도 써보고, 비유도 늘려보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제 스타일은 ‘재미보단 밀도’라는 자각이었습니다.
웃기진 않아도, ‘시간 아깝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글.
읽는 이의 시간도 아끼고, 저답게 쓸 수 있는 글.
그래서 이제는 ‘양보단 질’에 더 무게를 두려 합니다.
매주 화요일, 한 편의 글만 연재합니다.
더 깊이, 더 정교하게 다듬은 내용으로 돌아옵니다.
기존 글들도 계속해서 minor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특히, 예시와 연습문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보완해가겠습니다.)
카네기가 『인간관계론』각 장을 10년 넘게 세미나하며
꾸준히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저도 그렇게, 매번 더 나은 한 편을 고민하겠습니다.
다음 화요일,
더 탄탄한 이야기로 다시 인사드릴게요.
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 마찌 대리님 여기서 뵙네요?
근데… 담배 끊으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협력사 근처 전철역 흡연 구역.
퇴근하던 우대리님이 먼저 말을 건넸다.
“…아, 네. 오늘 좀 마음이 심란해서요.”
나는 저벅저벅, 흡연 구역 안쪽
더 어두운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숨인지, 깊게 들이마신 연기 때문인지
담배 한 대가 금세 사라졌다.
세 모금도 안 된 것 같은데,
이미 꽁초만 남았다.
그대로 한 대를 더 꺼내 물었다.
평소엔 두 대 연달아 피면 속이 아팠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더 쓰렸으면 좋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미국에서 메시지가 왔다.
함께 일하는 미국 팀장에게서였다.
‘이따 저녁에 통화될까?’
‘어! 되지!’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
하루 종일 일은 손에 안 잡히고, 상상만 계속됐다.
드디어 미국에 가는 건가.
나도 이제 큰물에서 놀아보는 건가.
미국 진출하는 운동선수처럼,
뭔가 내 인생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승인이 안 됐어.”
“이번에 안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 아니에요?”
“그렇지. 올해 HR 회의는 이게 마지막일 거야.
내년 예산 편성되고, 인원 계획 다시 짜면서… 그땐 또 상황 봐야지.”
말이 끝났을 때, 말문이 막혔다.
미국은 팀장이 채용권이 있어도,
영주권 지원이 포함된 패키지는 결국 ‘회사 최상위 리더십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내년엔 될 수 있을까?
이번에도 빠졌는데, 내년이라고 뭐가 다를까?
“아무튼… 그동안 고마웠다. 또 연락하자.”
“팀장님이 왜 미안합니까. 최선을 다해주신 거 알죠.”
전화를 끊고도 한참 멍했다.
그대로 터벅터벅 내려가, 편의점에서 담배를 샀다.
그날 밤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말은 안 나오고, 술만 계속 들이켰다.
그러다 결국 한 마디.
“내가 미국 애들보다 더 많이, 더 잘 일하는데…
왜 기회는 안 주는 건데?”
분하다.
슬프다기보단, 아쉽다기보단… 그냥, 분했다.
기회조차 시도해볼 수 없다는 현실.
신분의 벽이, 시스템의 장벽이
내 앞에 버티고 있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미국 리드 엔지니어 존이 콜로 접속하고,
그리고 협력사 이선임님과 셋이 진행하는 시험 현황 점검 회의.
회의가 시작되자,
존이 묻기 전에 내가 먼저 운을 뗐다.
“이선임님, 진동시험 현황은 어떻게 됐지요?”
“…그게,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네?”
머리가 쭈뼛 섰다.
‘지금 이걸 말하면 어쩌자는 거지?’
“존, 진동 시험 중에 문제가 있었답니다.
모듈 고정용 픽스처의 볼트가 풀려서,
모듈이 진동기에 부딪히며 과진동 상태로 몇 초간 진행됐던 것 같다고 하네요.”
존의 한숨이 들렸다.
곧바로, 쏟아지듯 질문이 날아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넌 언제 알았어? 왜 이제 말해?”
“그 볼트는 양산차랑 동일한 거야? 재사용한 거야?”
“조일 때 토크는 똑같았어?”
“재발 방지책은 언제까지 만들 수 있어?”
나는 애써 침착하게 통역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 모듈은 버려야 돼.
나중에 문제 생기면, 이 과진동 때문인지 아닌지 혼란만 생긴다.”
“새 모듈 언제 준비돼? 진동시험기는 예약됐어?”
“내가 지금 물어본 거, 하나라도 제대로 대답한 거 없는거 알지?”
“지금 체크할거 다 적고 있긴 해? 읊어봐.”
존은 다혈질이다.
진짜, 물어뜯는 맹수 같았다.
나는 어버버하며 회의록을 따라 적기에 바빴다.
모든 질문을 정리해서 백업 플랜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기로 하고,
회의는 마무리됐다.
“저희 때문에 죄송합니다…”
이선임님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닙니다. 다 필요한 지적이니 까요.
점심 드시고 나서, 한번 더 같이 얘기하시죠?”
“네…”
“다음부턴 꼭, 이슈 발생 즉시 알려주세요.
같이 대응 플랜 짤 수 있게요.”
“…네, 내부적으로 좀 더 파악하고 보고하자는 얘기가 있어서…
다음부턴 바로 말씀드릴게요.”
그는 죄인처럼 고개를 떨군 채 회의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회의실.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주르륵 턱에 닿았다.
여러 감정이 몰려왔다.
‘나도 열심히 하는데… 왜 매번 내가 총알받이야?’
‘내가 뭘 잘못했지? 이 사태를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존의 분노는 정당했다.
하지만 그 화살이 나에게까지 날아왔다는 게 억울했다.
문득,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실망만 커. 돈 받은 만큼만 해.’
그 조언을 비웃고 싶었다.
한방 먹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미국도 못 가고, 회의에서도 털리고.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눈가가 뜨거워졌다.
눈물이 맺혔다.
나는 울고 싶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욕은 내가 먹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하는 이 구조.
정말 억울했다.
마침 다른 오퍼도 왔는데, 갈까 싶었다.
‘더 좋은 기회 찾아간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그만두면, 도망가는 거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자존심이 허락을 못했다.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 섰다.
뜬금없이, 세수가 하고 싶었다.
어푸, 어푸.
찬물을 얼굴에 부었다.
눈물도, 땀도 함께 씻겨 내려갔다.
잠시 후 고개를 들었다.
거울 속 젖은 얼굴.
그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다시 해보자.”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다.”
거울 속의 내가 되물었다.
“왜, 마찌야. 후달려?
뭐 잃을 게 있어야 후달리지. 그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회의실로,
아직 끝나지 않은 하루로 다시 돌아갔다.
상대적으로 순탄하게 회사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제게도 항상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많은 고민과 나름의 좌절,
고통도 있었습니다.
저의 가장 큰 장점은,
남들보다 특별히 똑똑하지도,
좋은 학벌이나 능력이 있지도 않다는 걸
제가 누구보다 잘 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맨바닥에서 시작했기에,
넘어질 때마다 조용히 상처를 싸매고
다시 일어나 걷는 힘만은
스스로도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글을 보면,
마치 제가 굉장히 잘난 사람처럼
포장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젊은 시절의 가장 힘들었던 날 중 하나를
오늘 꺼내보았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계신가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혼자 걷고 계셨던 적은 없었나요?
그렇다면,
오늘의 이 글이
조금이나마 함께 걷는 느낌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직장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직장인공감
#회사생활
#직장인의하루
#직장인고민
#직장인성장기
#MZ세대직장인
#조직생활
#회사에서살아남기
#직장인성공법
#직장생활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