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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찌 Jan 04. 2022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지 마라!

최고의 성과는 침착한 초기 Planning에서 나온다. 

당신이 중세 어느 장군의 책사라고 가정해보자. 당장 10일 이내에 화살 10만 개를 구해와야 한다.   

눈을 감고 난 이 task를 어떻게 처리할지 1분만 빠르게 생각해보자. 

화살 만들 재정은 충분할까? 당장 군인/인부는 얼마나 부릴 수 있나? 

화살 만드는 재료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얼마나 빨리 구할 수 있나? 

만드는 프로세스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아마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지 않았을 까싶다. 


삼국지에서 손권, 유비 연합군에서 손권 쪽 도독인 주유는 제갈공명을 시기했다. 그래서 주유는 제갈공명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일부러 어려운 과제를 내주었다.


"지금 군중(軍中)에 화살이 부족합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걸로 적군을 상대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공적인 일이오니, 선생께서는 혹시라도 거부하지 마십시오."


"10만 개의 화살이 언제쯤 필요하십니까?"라고 제갈공명이 묻자, "10일이면 끝내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주유는 되물었다. 


여러분의 상사가 10일 내에 화살 10만 개를 가져와야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장에 뛰어나가 군인들을 모두 부려 나무를 베고 깎고, 10만 개 어치 깃털과 촉을 구해다가 만들 것인가?

그 재료들을 공수하는데도 10일은 지날 것이다. 운 좋게 구했다고 치자, 전문가도 아닌 군인들이 만들면 화살의 퀄리티는 어떻게 되겠는가? 전쟁에서 아군 무기의 퀄리티가 떨어지면 어떤 결과(Failure mode)로 이어지겠는가? 


이틀을 앉아서 노는 듯 보였지만, 제갈량은 화살을 직접 만들기보다도 지금 질 좋은 화살을 누가 많이 갖고 있고, 어떻게 얻어낼까를 생각했다. 안개가 자욱한 날을 골라 물을 잔뜩 먹인 짚을 실은 선단을 이끌고 조조 진영을 놀라게 해 화살을 쏘게 만들었다. 조조 진영에서 화살이 어찌나 많이 쏘던지 짚에 박힌 화살의 무게로 배가 기울 지경이었다고 한다.  


오우삼의 <적벽대전 2> 중

 그렇게 제갈공명은 열흘이 아니라 3일 만에 화살 10만 개를 구해주었다 한다. 


보안상 업무 관련한 내용은 적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진행한 일중에 또 다른 예시가 있다.

<천장과 벽 중 어딜 먼저 칠해야 될까>

지하실 천장과 벽을 Spray기계를 이용해 페인트를 칠해야 했다. 위 사진은 작업이 모두 완료된 후의 사진이다. 천장과 벽에 칠하고자 하는 색이 다르니, 벽과 천장 중 한 군데를 먼저 칠하고, 먼저 칠한 부분은 비닐로 커버(Masking)해서 두 번째 칠하고자 하는 색이 묻지 않게 Spray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기 옵션 중 어느 것으로 진행하겠는가?


옵션 1: 스프레이로 천장 칠하기 - 비닐로 천장 마스킹 - 스프레이로 벽 칠하기

옵션 2: 스프레이로 벽 칠하기 - 비닐로 벽 마스킹 -  스프레이로 천장 칠하기


스프레이로 칠하는 페인트가 중력 때문에 아래로 흐를 수 있으니, 옵션 1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스프레이 작업은 자체는 벽을 하던 천장을 하던 비슷하게 힘드니 큰 차이가 없다. 위 옵션의 차이는 천장을 마스킹하는 것이 나은지, 벽을 마스킹하는 게 나은지가 될 것이다. 천장은 구조물이 많아 울퉁불퉁하기도 하고 벽과 맞닿는 부분은 특히 꼼꼼히 마스킹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벽을 마스킹해야 한다면 하기와 같이 상대적으로 손쉽게 마스킹할 수 있다. 사실 이 페인트 작업은 스프레이 사용 보다도 꼼꼼히 마스킹하는 작업이 최종 퀄리티에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옵션 1은 옵션 2보다 무척 힘들어진다. 

벽 masking은 천장 masking보다 훨씬 수월하다

자칫 천장부터 스프레이로 칠하기 시작하면 전체 업무는 정말 힘들어진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했지만, 옵션 1보다 옵션 2가 시간도 적게 걸리고, 강도도 낮으며 결과 퀄리티도 높아진다. 


이 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초기 planning이다. 일을 시작할 때 잠깐 숨을 고르고 초기 planning을 어떻게 하느냐가 최종 성과에 반 이상은 먹어 들어가는 것 같다. 아니, 거의 80% 이상이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항공기 운항에 1in 60 rule이라는 것이 있다. 360도 중에 1도만 잘못 운행해도 목적지에 총 운항거리에서 60 mile(96.5km) 당 1 mile(1.6km)씩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초기 planning에 1도만 error가 있어도 총 운항거리가 6000 mile이라면 원하는 목적지에서 100 mile(160km) 떨어진 곳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우리 업무에서 방향성을 잘 잡는 것은 필수이고, 리더일수록 더더욱 그렇다(밑에 사람들이 개고생 하는 경우의 대다수는 planning의 오류인 것에 공감할 것이다).


일못러들의 공통점은 "저 정말 열심히 했어요!"라는 하소연이다. 제발 무작정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지 말자. 최악의 경우는 본인의 성과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팀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나중에 땜빵해야 하는 팀원들에게도 민폐이다. 


무작정 시작하는 것은 "빨리 무언가 최대한 열심히 하고 싶다."라는 유혹이 크고, 재미도 있을법하며, 무언가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일 시작에 앞서 최선의 결과가 무엇일지 그것을 달성할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남들은 뛰어나갈 때 나는 제자리에 있는듯한 조급함에 압박감이 크다. 


회사일도 당연 마찬가지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에 열심히 하면 그것이 곧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크던 작던 새로운 task, project가 생기면, 일단 숨을 고르고 펜과 종이 한 장을 꺼내 계획을 세워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팁 두 가지가 더 있다.

한 가지는 "100% 확신이 없을 때는 방향성을 윗사람과 체크하자"는 것이다. 업무 지시하신 분에게 "저는 이렇게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 혹시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말이다. 못된 상사는 "아니, 일일이 꼬치꼬치 알려줘야 돼?"라는 핀잔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아서 일을 그르치는 risk는 없앨 수 있다. 윗사람 입장에서는 '쟤는 업무를 일일이 가르쳐 줘야 하지만, 적어도 허튼짓은 안 하니까'라고 중간은 간다. 나는 아직도 작은 건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만, 큰 건들은 주간보고에 업무 방향성을 적어 놓고 please let me know if you have any questions or suggestion.라고 덧붙여 팀장과 체크를 한다. 


두 번째 팁은 

상사의 일들에 나라면 어떻게 시작 방향을 잡을지 planning 해보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윗분들이 planning 한 것과 비교해보면,  "어? 이런 부분은 저런 팀에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네?", "이 단계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니 내 생각보다 앞서서 진행했었어야 되는구나?" 등등 실력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윗분 생각과 오차가 적어지면, 결과적으로는 윗사람이 나한테 따로 지시하기도 전에 손발을 척척 맞출 수도 있고, 내 일처리에 대해 조금 더 신임을 얻으면 윗사람이 "xx건이 왔는데요, yy 씨가 진행하시고, 저한테는 중간 상황보고만 해주세요"라고 일을 가져올 수도 있다. 


무작정 뛰어들려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자. 초기 planning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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