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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내이팅게일 Jul 28. 2022

성숙한 삶


자기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다 마주한 하나의 질문에 키보드가 멈추었다. ‘성숙한 삶은 어떤 삶이라고 생각하는가?’ 한참을 고민하다 써 내려갔다. ‘아플 땐 충분히 아파하고 아파하지 않을 일에는 아파하지 않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최근까지는 유연한 삶 혹은 수용적인 삶이라고 말해왔다. 나의 고통과 아픔까지도 보듬어 주고 인정해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지향해왔다. 대나무처럼 외유내강의 삶을 성숙한 삶이라고 여겼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것도 같다. 최근 상담을 통해 내가 겪어왔던 상실에 대해 다루었다. 애도의 과정을 겪으며 아플 때 충분히 아파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것들이 나의 삶을 집어삼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의 과제가 아닌 일을 나의 과제라 착각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집어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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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고통을 다루어 내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딱히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도 없고,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다루는 것은 더욱 섬세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과도하게 아파하지 않으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아파해야 할 일에 아파하려고 한다. 물론 아픔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그 속에 떠밀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게 고통뿐만 아니라 내 삶을 모두 수용해주고 보듬어 주는 성숙한 삶이란, 아플 때 아파할 줄도 아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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