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미래를 여는 길, 자율주행차와 SLAM의 만남

자율주행기술의 현황


자율주행 기술의 레벨은 2016년 미국 자동차공학회가 제시한 개념으로 구분되며,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나뉜다. 레벨 0부터 레벨 2까지는 주행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으며, 자율주행 시스템은 속도 조절, 차선 이탈 방지 등 보조적인 역할만을 맡는다. 레벨 3부터는 주행의 주체가 시스템이 되며, 위급 상황에만 운전자의 관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고등자동화인 레벨 4와 완전자동화인 레벨 5는 인간 운전자가 운전석에 없어도 괜찮은 단계이다.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자율주행차량은 거의 레벨 2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2023년부터는 자율주행 화물트럭과 로보택시의 시범 운용, 레벨 3 차량의 출시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율주행’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던 자율주행 기술은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개발을 축소하며 변곡점 위에 서있다. 상용화를 진행하기에는 아직 위험성이 높고, 투자 비용 대비 기술 발전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의 크루즈, 구글의 웨이모 등 로보택시를 운영하던 기업들은 여러 사고를 겪고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24년에 들어서는 애플, 삼성 등 빅테크 기업들 또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하며 자율주행차 시장의 침체를 예고했다. 업계 선두주자인 테슬라마저 주행 보조 기술에 불과한 FSD(full self-driving)를 완전 자율주행 기술인 것처럼 속였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자율주행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술은 무엇이고, 어떠한 한계점이 자율주행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일까?




SLAM이란?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은 ‘동시적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이라고도 불리는 기술로, 인공지능 및 이동로봇 분야에서 중요한 알고리즘이다. 사전 지식이 없는 환경에서 로봇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공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 환경에 대한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위치 추정을 위해서는 지도가 있어야 하고, 지도를 구축하려면 위치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둘을 별도로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위치 추정(localization)과 지도 작성(mapping)을 동시에 진행하여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한 것이 바로 SLAM이다. SLAM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로봇이 움직이면서 수집한 주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경을 이해하고 지도를 작성하여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이를 통해 로봇은 사람의 개입 없이 환경을 탐색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동로봇 자체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기에 자율주행차 뿐만 아니라 물류창고 재고관리, 건설업에까지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SLAM의 프레임워크는 크게 센서 데이터 수집, 프런트엔드, 백엔드, 그리고 지도 구축까지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비주얼 및 거리 데이터 수집을 위해 카메라, 레이다(Radar), LiDAR(Laser induced detection and ranging) 등의 고해상도 센서 여러 개가 사용된다. 프런트엔드는 데이터에서 필요한 피처를 추출하여 확률 기반으로 실시간 위치 추정을 시도하고, 백엔드는 프론트엔드에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지도 업데이트 및 최적화를 담당한다. 결론적으로, 알고리즘의 반복 수행을 통해 정확한 지도를 구축하여 공간 안에서의 정확한 위치 또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필터 기반 SLAM & 그래프 기반 SLAM


SLAM의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에서 활용되는 알고리즘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기존에 활용되던 방식인 필터 기반, 그래프 기반 SLAM과 현재 발전되고 있는 딥러닝 기반 SLAM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존 방식인 필터 기반, 그래프 기반 SLAM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1) 필터 기반 SLAM



필터 기반 방법은 주로 확률적 모델을 기반으로 하며, 로봇의 상태 및 환경의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추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가장 기본적인 필터 기반 방법 중 하나는 칼만 필터(Kalman Filter, KF)로, 크게 예측과 업데이트 두 단계로 구성된다. 예측 단계에서 칼만 필터는 시스템의 현재 상태와 노이즈 모델을 사용하여 다음 상태를 확률적으로 추정한다. 이후 업데이트 단계에서는 측정값(센서 데이터)과 예측값 간의 오차를 계산하여 상태를 업데이트한다. 이러한 단계를 반복하여 오차를 줄이고 로봇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칼만 필터 외에도 자코비안 행렬을 적용해 비선형 데이터를 활용하는 확장 칼만 필터(Extended Kalman Filter, EKF), 무작위 초기 파티클과 가우시안 분포를 활용하는 파티클 필터(Particle Filter, PF) 등의 알고리즘이 있다. 필터 기반 SLAM은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센서 오차와 환경 변화와 같은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그래프 기반 SLAM



그래프 기반 SLAM은 로봇의 위치와 주변 환경을 그래프 구조로 표현하고, 노드(동그라미)와 엣지(화살표)의 값을 조정하여 최적의 구성을 찾는 방법이다. 노드는 로봇의 위치를 나타내는 포인트로, 3D 좌표, 방향, 시간 정보 등을 포함한다. 엣지는 두 개의 노드 사이의 이동 관계를 나타내며 이동 거리, 방향 변화, 시간 간격 등을 표현한다. 그래프는 노드와 엣지로 연결된 전체 구조로, 로봇의 이동 경로와 주변 환경 정보를 나타낸다. 그래프 기반 SLAM은 수집된 데이터에서 특징점 (예: 모서리, 점, 평면)을 추출하고, 특징점을 서로 연결하여 거리와 방향 관계를 계산한다. 이러한 데이터 연관 결과를 기반으로 노드와 엣지를 생성하고, 로봇의 이동 경로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구축한다. 그래프를 최적화하여 지도를 작성하고, 로봇의 현재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Loop closure를 통해 로봇이 이미 방문했던 장소를 인식하고 맵을 정확하게 연결하며, 여러 로봇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여 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SLAM의 한계점


(1) 필터 기반 SLAM의 한계점


- 선형 가정의 제한성: 

칼만 필터와 확장 칼만 필터는 선형 가정 또는 근사에 의존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실제 환경에서 로봇의 움직임이나 센서의 관측이 비선형적인 경우가 많아 이러한 가정이 현실과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 고차원 상태 공간 처리의 어려움: 

필터 기반 방식은 상태 공간의 차원이 증가함에 따라 계산 복잡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환경의 지도를 상세하게 표현하려 할 때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

데이터 연관 문제: 올바른 데이터 연관(센서 관측치와 지도 사이의 연관성 판단)이 중요한 알고리즘이기에 잘못된 데이터 연관이 상태 추정의 오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 그래프 기반 SLAM의 한계점


- 초기 추정의 의존성: 

그래프 기반 SLAM은 좋은 초기 추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 추정이 부정확하면 최적화 과정이 지역 최소값(local minima)에 빠질 수 있으며, 이는 전체적인 추정의 정확도를 떨어뜨린다.

계산 복잡도: 대규모 환경에서의 그래프 최적화는 매우 복잡할 수 있다. 특히, 그래프가 큰 경우, 최적화 과정에서 많은 계산 자원이 요구된다.


루프 클로징 문제: 

루프 클로징(로봇이 이전에 방문한 장소를 다시 방문했음을 인식하는 것)은 그래프 기반 SLAM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처리가 어려운 과정이다. 올바른 루프 클로징을 하지 못하면 지도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딥러닝 SLAM과 로보라이드



딥러닝 기반 SLAM은 기존의 필터 기반 SLAM이나 그래프 기반 SLAM과 달리, 딥러닝 신경망 모델을 학습시켜 센서 데이터에서 실시간으로 로봇의 위치와 맵을 추출한다. 이를 통해 높은 위치 추정 및 매핑 정확성, 빠른 실시간 처리 속도, 그리고 다양한 환경에서의 범용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CNN 기반 SLAM의 경우, 입력된 이미지 데이터에서 자동으로 피처를 도출하고 맵의 크기를 줄여 연산량을 감소시키는 방식을 통해 이미지 분류, 객체 인식 등을 수행한다.


CNN의 계층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합성곱 계층 (Convolutional Layer): 이미지 데이터를 필터라고 불리는 작은 행렬로 변환하여 합성곱 연산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이미지의 피처를 추출한다.

2. 풀링 계층 (Pooling Layer): 합성곱 계층에서 추출된 피처맵의 크기를 줄여 계산량을 줄이고 특징의 중요도를 강조한다.

3. 완전 연결 계층 (Fully Connected Layer): 추출된 피처를 기반으로 최종 결과를 계산한다.


딥러닝 기반 SLAM의 활용 사례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보라이드가 있다. 2022년 6월부터 서울 강남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행 중인 로보라이드는 기아 EV6를 기반으로 한 레벨 4 자율주행 택시로, 기존 택시 요금과 유사한 가격으로 안전성과 편리성을 제공한다. 로보라이드는 정밀 센서와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통해 주변 환경을 360도로 인식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주변 환경 인식, 객체 인식, 위험 상황 판단, 자율 주행 제어를 수행한다. 또한, 고속 통신을 통해 차량 간, 차량과 도로, 차량과 인프라 간의 정보를 공유하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행을 지원한다.




딥러닝 SLAM & 자율주행의 한계점


(1) 딥러닝 SLAM의 한계점


- 데이터 의존성: 딥러닝 알고리즘은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에 크게 의존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 계산 복잡성: 딥러닝 모델 학습 및 추론에 많은 계산량이 필요하여 실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 설명 가능성: 딥러닝 자체의 블랙박스 특성으로 인해 모델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2)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점


이처럼 활용되고 있는 알고리즘의 한계점도 있지만, 더 나아가 센서, 그리고 추정의 정확도로 인해 결국 오류를 0으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자율주행 기술의 근본적인 문제 또한 존재한다. 이는 빠른 속도로 운행하는 차량 특성상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도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 알고리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기에, 다양한 보조 시스템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차량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의 경우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하지 않을 시 보조 비상 제동장치가 스스로 작동하는 ‘리던던시(Redundancy) 브레이크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주변의 사물을 라벨링하는 3D 객체 인식 기술 또한 개발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도전


현재의 기술로는 탑승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고, 먼저 상용화에 나섰던 크루즈, 웨이모 등의 사고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 사업을 접거나 부분 자율주행으로 목표를 변경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되었던 로보라이드를 개발한 현대차·기아는 2022년부터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인 HDP(고속도로 자율주행, highway driving pilot)를 양산차에 적용하려고 했으나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해 2026년까지 일정이 미뤄진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레벨4(고도 자동화·특정 구간 완전 자율주행) 수준의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최근 직원 수를 줄이고 상용화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은 모셔널에 1조 30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5월 9일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의 유상증자에 6630억원을 투자하고, 파트너사인 앱티브가 보유한 지분 11%를 매입하기로 계획했다고 발표하였다. 해당 투자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주도적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핵심기술 내재화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독자적인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력이 되리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기술이 차량뿐만 아니라 현대건설 등의 자동화 시스템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현대자동차그룹의 투자 결정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된다.




자율주행 기술의 전망


비록 많은 기업들이 낮은 수익성과 기술 발전의 어려움으로 인해 잠정적으로 자율주행차량 개발을 축소하는 추세이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이동로봇의 기반인만큼 미래 산업 전반의 핵심 기술이 되리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아직 자율주행 차량의 상업적 활용에는 제약이 있지만, 2032년까지 성장률이 35%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술 발전 동향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AI 자율주행차량 레이싱 리그가 개최되며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킨 바 있다. 이번에 진행된 아부다비 A2RL은 특정 트랙 정보에 특화된 알고리즘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앞으로는 Formula 1과 같이 다양한 트랙을 옮겨 다니며 경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모빌리티 스포츠 리그가 언제나 기술 발전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던 것과 같이, 자율주행 레이싱 리그 또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자율주행차량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미래 가치를 위해 꾸준한 도전을 이어가는 현대자동차그룹에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오기를 바라게 된다.





참고자료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049953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952197620303092

http://journal.ksae.org/_PR/view/?aidx=37601&bidx=3396

https://newsroom.hdec.kr/kr/newsroom/news_view.aspx?NewsSeq=781&NewsType=FUTURE&NewsListType=news_clist

https://www.hyundai.com/worldwide/ko/brand-journal/mobility-solution/robotaxis

https://www.news1.kr/articles/?5408172

https://www.itworld.co.kr/t/69500/AI%E3%86%8DML/335416



작성자 : ITS 26기 나혜림 

작가의 이전글 라이트닝 네트워크 : 블록체인의 확장성을 중심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