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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May 19. 2023

나의 길을 새롭게 찾아가는,
리부팅(1)


 내 성장의 시작점을 ‘나 사랑하기’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나를 찾아내고, 나와 만나서 그동안 살아내느라 지쳐 있는 나를 감싸주고, 애써준 나를 안아 주기 등등. 나를 사랑할 거리들이 차고 넘치게 많다는 걸 새삼 느끼는 중이다.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나를 몰라준 지난날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수십 년 살아낸 그 시절 통째로 사랑하겠노라”라고 나에 대한 선서라도 하는 심정으로 나와 마주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와의 비교를 하지 않겠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상황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며 맞아들이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숱한 세월 부딪친 만큼 멍들고 너덜너덜해진 몸과 정신만 남아 있는 ‘나’. 패잔병이 되어 살아 돌아와 준 것만으로 세상 다 얻은 어머니의 마음과도 비길 일이 아니다. 돌아온 탕자 같은 아들이어도 내게는 잘난 남의 아들과 안 바꾸겠다는 어머니의 마음, 그런 가슴으로 ‘나’를 받아들인다. 이 험한 세상에서 수십 년간 싸워서 목숨을 부지해준 게 어딘데...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할 때조차 나는 제대로 된 결혼관 같은 것이 없었다. 남들이 다 하는 거니까, 남들 다 하는 비슷한 나이에 적당한 사람을 만나고 결혼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서인지 별다른 고민도 없었다.

때가 되니 아이들이 태어났고 남들 키우는 것 보며, 큰 수고도 없이 지들이 알아서 잘 자랐다.     

어쩜, 변변한 무기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세상이라는 전쟁터에 나간 건 아니었을까? 무기는 둘째 치고 방향조차 몰랐다. 삶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무지한 채로 자신을 맡긴 셈이다. 

그렇게 거의 생각 없이 살아도 삶이 잘 흘러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생 별거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에게 인생은 몹시도 어려웠다. 내가 살아낸 인생은 허접스러운 전리품만 남았다. 

자책이나 후회를 하자는 게 아니다. 나의 역량으로는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하지만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신형의 무기는 아니더라도 내가 갖고 있는 창과 방패로 몸이 망가지도록 노력했다. 비록 갖고 있던 창과 방패가 나무였을망정 혼신의 힘을 다했다.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패했을지라도, 전리품다운 전리품을 내놓지 못했다하여 싸움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삶 속에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하여 내가 살아온 시간이나 ‘나’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단연코, 부정당해서도 안 된다. 





 내 나름 혼신을 다하며 맞닥뜨린 현실과 투쟁하며 살아왔다. 다만, 그 투쟁을 벌이는 만큼 어려운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삶의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채로 세상의 흐름에 맡긴 채 그저 흘러가고 있었다. 지내놓고 보니 가장 큰 오류는 바로 그것이었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했던 적도 없었고, 부모님 말씀에 NO라는 대답을 했던 기억이 단 한번도 없을 정도로 순종적이었다. 그것만으로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렇게 살면 교회는 다니지 않아도, 하늘의 복을 받고 평탄한 삶이 보장되는 줄 굳게 믿고 있었다. 그것이 내 믿음의 전부였다.    





 그러나 나의 삶은 파란만장, 엉망진창이었다. 

등, 초본을 발급 받으면, 주홍글씨처럼 선명히 박혀 있는 이혼. 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 만신창이가 된 나의 모습.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내게 남은 파편들이다.      

 아직 살아야 할 날들이 남아있으므로 ‘마지막 남은 전리품’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점에서 희망과 도전을 본다. 물론 지금까지의 결과물이 바람직한 것은 분명 아니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는 내가 할 일은 방향부터 설정하는 것이다. 

남들이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초라한 무기는 이제 던져버리고 신무기로 장착하려한다. 나를 리부팅할 것이다. 디지털 능력을 향상시키고,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도록 읽고 쓰는 것에 집중하련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제 제대로 준비해서 인생 2라운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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