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 버릴 수 없는 님의 삶을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문학

묻어 버릴 수 없는 님의 삶을



갑작스레 울린 전화 한 통

내동에 업힌 장모님


응급실에서 곧장 영구차로~

선산 묘당비 앞에서

말없이 마지막 이별이 오고


낡아빠진 농짝

이빨 빠진 서랍장

꿈결인가,

혼백이 어른거리고


외마디 말

“하서방, 잘 부탁하네…”


님이 머물던 자리마다

찬장.액자 뒤, 장판 밑, 솜이불속

쪽박, 단지, 베개포 안에서

삶의 온기가 구석구석 남아 있어

나는 그 흔적을 더듬습니다.


때늦은 문상 온 자들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이순신, 다보탑, 거북선, 무궁화

지폐 속 이름들이

수십 번, 수만 번 님을 애도히고


자손들 신세 지기 싫다며

손녀에게 받았던 용돈들을

꼬기꼬기 손수건에 꼭꼭 묶어

매듭마다 때가 묻도록

님은 당신 한 몸 돌보지 않았습니다.


가신 길,

지폐 속 노자돈 쓰고도 남았습니다.


저승길 짐작도 못한 나는

먼 훗날 님을 다시 만나면

어떻게 눈을 맞춰야 할까요.?


아무리 쓰다듬어 보아도

님은 잡히지 않고

세월에 잡아 먹힌 지독한 망각 속에서

베개포에 남은 체온에

나는 고개를 묻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그리고 죽은 후에도

그 이름을, 그 넋을

가만히, 슬픔 삼키며

나는 기억하렵니다.


묻어버릴 수 없는

그 님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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