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심한 광대 May 06. 2023

내가 누군지 보여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게으름과 나태함과 싸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 보여주기로 했다


  누군가는 대놓고, 또 누군가는 속으로 나를 비웃었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오만함과 안일함을 자랑스럽게 뱉었기 때문이다.


  추후에 누군가는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렸다거나, 2년 정도의 시간을 버리는 행위로 보였다고도 하지만 당시의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나는 딱 1년만 더 준비하기로 했다.


  1년 후에도 합격하지 못하면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무조건 합격을 하겠다는 생각과, 행여나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요리로 경제적 자유를 빨리 이루어 내고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재수생이 되었다.


  게으름과 나태함


  재수생이 되기 전, 문화센터에서 강의 보조 아르바이트를 공부와 병행하면서 수입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항상 하던 찰나에 동료였던 요리사의 소개로 초밥집 홀서빙 종업원이 되었었다.

  요식업 특성상 주말에 휴무를 갖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그곳은 주말 중 하루를 협의하여 휴무를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휴무일에는 학원을 다니면서, 퇴근 후에는 공부를 하거나 술을 마셨었다.


  낙방 후 주6일, 12시간 근무는 물리적인 공부 시간에 지장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초밥집 종업원도 그만두었다.


  학원도 그만두었다. 막상 낙방을 하다보니 나는 예비 합격생의 수준이 아니었거니와, 칭찬만 받는 곳에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일자리를 찾지도 않았고 바로 공부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잠시 쉬는 기간을 가졌다. 온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최적의 상태와 상황에서 공부와 경제활동을 병행하고 싶어서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다시 강의 보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동안 독서는 틈틈이 했지만, 6월부터 다시 본격적인 시험 준비를 했다.


  당시의 나는 다 계획하고 움직인 일정이었지만, 당시의 주변 시선을 돌이켜보니 게으르고 나태했던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을 떠나서, 입시생의 입장으로 봤을 때 누가 재수를 6월부터 시작할 생각을 하면서 일정을 조율하고 실행에 옮기겠나 싶다. 


  아직 식지 않은 자신감과 오만함


  과외를 통해 재수를 시작했다. 학원 수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진작 과외를 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을 비롯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덕분에 열심히 글을 읽고 쓰는 행위의 출발점을 알게 되었다.


  일전에도 글을 읽고 쓰는 행위가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라고 문장에 기록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정말 힘들고 고되다는 생각을 했었다.


  밤에, 주말 밤에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는 것을 절제하며 글을 읽고 쓰다가 지쳐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달이 이쁘다는 생각보다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때가 더 기억이 난다.


  지금도 삶에 지칠 때면 그곳에서 달을 올려다보며, 그때의 감정과 순간을 회상하곤 한다.


  그렇게 고단한 자신과의 싸움 중에도 나는 강의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짬짬이 생기는 시간을 글을 읽고 쓰는 곳에 사용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라는 핑계와 나태함과 안일함 뒤에 숨어, 이 정도는 쉬어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오만함을 뒤집어쓰고 동영상으로 만화를 즐겨 봤다.



  어느 영상에서 바보 같은 나를 발견하다


  알고리즘은 즐겨보던 만화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알고리즘에 감사함을 표한다. 어느 영상에서, 누군가가 강의를 시작했다.


  알고리즘이 소개해 준 영상에서는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하면서 명문대 의대에 합격한 사람이 나왔다. 영상을 보며 나도 당시 그해의 2월까지 하루에 12시간씩 일했다는 자만에 빠지지 않았다.


  직업의 난이도를 차별이나 구분하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영상 속에서 강의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매우 고단한 일을 하면서 목표를 이루어 낸 사람으로 보였다.


  그저 게으름과 나태함, 오만과 자만에 의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순간에 나는 바보 같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영상 속의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을 보며, 저 사람도 결국 사람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약간 미쳤다. 조금은 미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기시험 한 달 정도 남은 어느 9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말로만, 마음으로만이 아닌, 진짜 내가 누군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 07화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