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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광대 Jun 08. 2023

결국 나는 천재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천재'인 것 같다



  어쩌면 영원할 수도 있는 슬럼프


  돌이켜보면 잘 풀리기만 했던 순간은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너무 힘들고 잘 풀리지 않을 때 슬럼프가 왔다고 느끼며, 표현하고는 한다.


   슬럼프라는 것은 어쩌면 원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는 모든 순간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 아닌 그저 무난한 삶에도 만족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거니와, 힘든 순간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무기력해 있거나 좌절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슬럼프를 받아들이며 견디거나 극복을 해야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나의 지난 삶은 슬럼프를 겪어가는 과정들의 반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그 반복되는 과정 속에 있다. 


  2년 만에


  작년 겨울, 소설 쓰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이루어 냈다.

  좋아서 하는 행위이지만 소설을 읽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다짐을 포기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전공을 했었어도 2년의 공백은 무거웠다. 더 잘했던 것 같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퇴보한 나의 모습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대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억울했다. 살면서 가장 많은 노력을 해보았고 가장 갈망했으며, 힘들지만 가장 즐거운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제와서 고백하자면, 나는 애초에 포기가 빠른 사람이다. 


  누군가는 판단이 빠르다고 칭찬을 해주지만, 나는 안 맞다고 생각하거나 필요와 의미가 없다고 판단이 되면 금방 포기를 한다.


  어쩌면, 혹은 그래서 반복되는 취업과 퇴사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슬럼프가 왔다며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 쓰기가 힘들게 느껴진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힘들고 지쳐도, 잘 써지지 않아도 한 편의 이야기를 꼭 끝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소설 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과, 이야기를 만드는 행위를 했다는 점, 결국에는 그 순간이 즐거웠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다시 중단, 다시 시작


  소설 초고를 완성하고 객관화의 시간을 가졌다. 때마침 명절 직전이었고, 당시 근무하던 초밥집에서 짧은 휴가 기간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여행도 다녀왔다.


  하지만 나는 퇴고를 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이번에도 글에 대한 슬럼프가 아니었다. 4개월 정도 동안 나는 입사와 퇴사의 굴레에 다시 빠졌고, 심리적인 고통을 느끼며 지냈다.


  다행인 점은 여전히 소설을 읽으며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브런치에서 에세이를 쓰며 나를 돌아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만간 소설 쓰기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내가 천재라고 믿기에


  어떠한 일이든 재능이 있다고 믿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그 행위를 이어가는 좋은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안일해지기거나 오만함에 빠진다거나, 게을러지는 부작용이 동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게으름과 오만함을 자신감으로라도 둔갑시켜서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떠한 일이든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가정하에도 열심히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천재라고 믿고 행위 자체를 즐기며 노력하는 것도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다.


  조만간 다시 슬럼프를 극복하고, 소설 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나는 이 행위를 좋아하며, 결국 나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하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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