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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광대 Jun 03. 2024

무뎌진 것 같으면서도 무뎌지지 않는 것

나이와 흘러간 시간



  아직 나는 어른이 된 것 같지 않지만


  애새끼, 중학교 3학년생. 이 두 단어는 친구들이 가끔 나를 칭하는 단어이다. 이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시점인 현재 내 나이는 서른셋, 만이 아닌 그동안 살아온 한국의 계산법으로 측정한 나이다.


  물론 어릴 적에는 나이에 비해 생각이 성숙하다는 말도 많이 듣고 일찍 철이 들은 것 같다는 말고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더 이상 최대한 눈치를 안 보고 살고자 하며,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생각하고 판단하다 보니 친구들의 시선에는 어려 보이기도 하고, 순수해 보이기도 하나보다.


  아직도 여름이면 곰돌이 티셔츠를 입으며, 귀여운 존재를 좋아하고 과자 같은 군것질도 좋아하지만, 주변에는 부모가 된 친구들이 있고, 결혼이 하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시간의 흐름


  직장 동료와 함께 일하면서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내가 국방의 의무를 지키고 있을 때 초등학생이었다고, 아저씨라고 놀리며 시간을 계산하는 동료 덕분에 많이 웃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리움과 동시에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


  친구를 만날 때는 잘 못 느끼지만, 오래 알고 지낸 친한 지인을 만나 추억을 회상할 때에도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그 지인과 나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지인은 나와의 관계 빼고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돌이켜보니


  나도 너무 제자리걸음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요리사로서의 경력은 단절되다 못해 쇠퇴하였지만,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어려진 것처럼 보지만, 이제는 글을 읽고 쓰며 생계를 이어가게 되었고 그동안 실패를 통해 배워왔다.

  그리고 이제는 더욱더, 거의 완전히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실패와 제자리걸음 같은 것을 제외하고도 애석한 것은 더욱 도전하지 못했거나 불필요하게 보낸 시간, 그리고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 것이다.



  언제까지


  언제까지나 제자리걸음이라고 느끼지도 않을 것이고 애석함을 느끼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욱 나아가기 위해 노력과 고민을 하고 있으며, 하나씩 실천을 하고 있다.


  제자리걸음을 걸어가고 있음을, 쇠퇴했음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시간이 흘렀음을 느끼는 것에 대해 무뎌졌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무뎌지지 않고 온전히 느끼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저 시간이 흘렀음을, 흐르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한 순간들이 무뎌져 있는 순간일 수는 있겠지만 무뎌져 있으면 어떠한가.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인식하고, 추억으로 여기며, 더욱 나아가면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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