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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한 광대 Jun 02. 2024

무뎌지는 것에 대한 공포

무뎌지는 것에 대해 느낀 공포



  무뎌진 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해 본다면 그저 감흥이 덜 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먹다 보면 질린다거나, 반가운 사람을 자주 만나면 만날 때 느껴지는 반가움이 반감된다거나, 놀이공원에서 놀다 보면 점점 놀이기구에 익숙해진다는 등.

  일일이 다 나열하기에는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오래전 아는 지인분은 바다가 보고 싶어서 바다에 갔을 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 것이 너무 슬프고 무서워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지인이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 언젠가 나도 무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나를 두렵게 했다.

  

  무뎌진다는 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공포


  다른 책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현재 12년 동안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있다. 불과 5여 년 정도 전까지는 그저 내 자신이 그만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사람이 망가진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 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나마 사회 현상을 비춰주는 콘텐츠를 보고, 그리고 원하지 않던 회사원 생활을 하다가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릴 기회를 찾긴 했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것에 실패를 하고, 추후에 다시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거니와, 40대에 들어서까지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면, 정말 괴물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된다면 의학적 도움을 받을 생각도 있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공포는 


  공포에 무뎌지는 것에 대한 공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퇴근길에 어떤 사람이 혼잣말을 하면서 자의 뺨을 있는 힘 후려치는 것을 바라보았다. 무서워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길을 돌아서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공포에 대해서는 많이 무뎌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공포에도 무뎌진다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 보면 이만큼 두려운 것도 없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직, 그리 많이 망가지지 않았다는 좋은 징조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안도감을 느낀다.

  

  한편으로 장점이겠지만, 그래도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은, 공포에 대해 무뎌지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무언가를 도전하거나 결정할 때, 물러서지 않아야 할 때에 용기가 많이 필요하고 그 용기는 두려움과 같은 공포를 덜 느낄 때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려움이라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너무 섣부른 판단과 지나친 용기가 독이 되는 순간도 분명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뎌짐으로 인해 느낄 수 있고 느낄 권리가 있고, 느끼고 싶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자격을 박탈당하면서까지 살아가는 것이 큰 의미가 있거나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저 남들처럼 무뎌지지 않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기에 공포에 대해 무뎌지는 것도 한편으로 걱정이 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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