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관계, 희망, 상처
어느 정도 무뎌지는 것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크게 네 가지가 떠올랐다.
감정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미워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감정도 결국 어느 정도는 무뎌지는 것 같다. 물론 부정적인 부분은 아예 무뎌지다 못해 잊어버리면 좋겠지만, 원하는 데로만 흘러갈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흐르고 정황을 겪다 보니 좋아하는 감정도, 미워하는 감정도 어느 정도 무뎌지거나 다른 감정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예전처럼 물불 안 가리고 좋아한다기보다는 천천히, 부드럽게 좋아하고 꼴도 보기 싫다고 느꼈다가도 점점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관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싫어했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고 그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정황을 만나면서 대화를 나눠보니 무조건 나를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이 거의 다 줄어들었다.
불편해하던 분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친한 관계가 되었다. 감정이 어느 정도 무뎌짐으로 인해, 물불 안 가리고 감정을 표현했을 때보다 서로 편하고 좋은 관계로 발전했다.
희망
간절히 바라고 희망을 품었을 때보다, 어느 정도 감정이 무뎌짐으로 인해 관계가 발전하고, 나아가 희망이 생긴 것 같다.
사실 품었던 희망도 어느 정도 무뎌졌었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른다면 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새로 생기고 있다.
물론 이 희망은 언제 또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품을 것이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시 무뎌지기를, 좋은 추억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서로 싫어했다고 믿었던 관계 또한 시간이 지나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보려고 한다.
상처
과거, 실연이 주는 상처로 인해 7개월간 폐인처럼 살았던 적도 있었다. 그 뒤에도 크고 작은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다.
내성이 생겼는지, 그만큼의 감정이 아니었는지, 정황이 그러했는지, 결국 상처에 대해 어느 정도 무뎌졌는지 명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상처가 주는 고통이 덜 느껴졌다.
인간관계의 불화에 대한 스트레스는 상처로 인한 고통이 아닌 분노를 느낀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분노를 느낄 필요는 있나 싶다.
추후에 또 느끼겠지만, 어느 정도 무뎌진 것은 좋지만, 너무 무뎌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