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스강
런던 여행 1일차, 낯선 곳이라 그런지 눈이 일찍 떠졌다. 7시에 밖으로 나왔는데 이미 해가 떠 있었다. 숙소 바로 앞에 템스강이 흐른다. 무작정 템스강을 걸었다. 목적지 없이 강변을 걸으며 런던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강 위를 떠다니는 우버보트, 강변을 따라 달리는 사람들, 그리고 쓰레기까지. 낭만 있었다. 처음으로 영어를 써서 외국인에게 길을 물어봤다. 빅벤이 어디 있냐고. 다행히 초집중해서 알아들었다. 30분만 걸으면 나온단다.
빅벤
빅벤이 워낙 거대해 10분만 걷다 보니 그 모습이 보였다. 빅벤 근처 다리에 다가가니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나도 그들 속에 섞여서 사진을 찍었다. 처음 영어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봤는데 잘 들어주셨다. 빅벤 앞 다리에는 붉은색 전화박스가 여러 개 보였다. 무려 명탐정코난에서 도일이가 미란이한테 고백한 장소다! 빅벤의 낭만은 종소리에 있다. 15분에 한 번씩 종소리가 울리고, 정시에는 각 시간만큼 종을 친다. 예를 들어 9시면 종을 9번 치는 식이다.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빅벤을 뒤로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한참동안 사람들에게 근처 식당을 물어가며 찾아다녔다. 빅벤이 보이는 가게에서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를 시켰는데 무려 2만원에 가까운 돈이었다. 넓적한 접시에 나와서 적어보였는데 먹어보니 양은 꽤 많았다. 계란, 베이컨, 소시지 등 그냥 데우기만 한 음식인데 맛있었다. 아침식사 치고는 짭짤했다.
트라팔가 광장
다리를 건너 빅벤을 눈 앞에서 보고, 동쪽으로 길게 뻗은 길을 걸었다. 가는 길에 다우닝가 10번지, 홀스 가드 퍼레이드, 방케팅 하우스, 화이트 홀 등 유명한 관광지가 있었다. 계속 가이드북을 들고 다녔는데 덕분에 각 관광지에 관한 설명을 알 수 있었다. 그 길의 끝은 트라팔가 광장으로 이어졌다. 우뚝 솟은 한 사내의 동상이 보였다. 프랑스 나폴레옹과 치른 트라팔가 해전을 승리로 이끈 넬슨제독의 동상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순신 장군 같은 느낌이다.
런던아이
템스 강의 북쪽에는 빅벤이, 남쪽에는 런던아이(대관람차)가 있다. 런던패스를 이용해서 들어갔다. 워낙 사람이 많아 20분 정도 기다렸다. 런던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템스강을 중심으로 길게 늘어진 영국식 건축물들이 인상적이었다. 이제야 ’여기가 진짜 영국이구나‘하고 실감했다. 30분 정도 관람하고 내려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런던아이 앞에 버스킹을 하는 사람을 봤다. 잉글렌드식 기타(?)와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 화려하게 연주했다. 동전이 있다면 주고 싶었는데 지폐 밖에 없어서 못 줬다.
우버보트
런던아이 앞에 보트를 타는 곳이 잇다. 원래 탈 계획이 없었는데 하루종일 걸어서 다녔더니 아무런 교통수단이나 타고 싶었다. 런던패스가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템스강에는 버스 정류장 같이 보트 정류장이 있어서 우버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바람을 쐬며 템스강변의 낭만과 풍경을 만끽했다. 가디건 하나만 걸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영국 날씨가 꽤 쌀쌀했다. 반팔과 반바지만 잔뜩 가져왔는데 큰일이다.
런던 탑
무작정 우버보트를 탔다가, 무작정 아무 곳에 내렸다. 구글맵을 켜니 근처에 런던 탑(Tower of London)이 있었다. 과거 왕들이 살던 타워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00궁 느낌. 런던패스로 무료 입장했고, 국제 학생증 덕분에 오디오 가이드를 할인 받았다. 내부는 당시 왕들의 갑옷, 초상화, 물품 등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성벽이 여러 겹으로 쌓인 게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가운데 ’화이트타워‘ 건물 하나만 지었으나, 후세에 조금씩 더 넓게 증축하여 성벽을 쌓았다고 한다. 철통방어를 자랑해서 후세에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주얼타워에서는 처음으로 금과 다이아몬드가 왕창 박힌 보석을 봤다. ‘반짝거린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볼수록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타워브릿지
런던탑 앞에는 타워브릿지가 있다. 다소 현대적인 인근 다리와 다르게 타워브릿지는 고전적인 고딕 양식 느낌이다. 아래로 무역선이 다닐 수 있도록 다리를 올렸다가 내리는 기능도 있다. 무엇보다 외관이 예뻐써 관광지로 인기가 많다. 놀랍게도 관광객의 1/10이 한국인이다. 다리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다리 건축을 설명하는 전시관이 있다. 유리로 된 바닥에 누워서 사진을 찍었는데 다리(bridge 말고 legs)가 후들거렸다.
런던 시청사
다리를 내려가면 기울어진 달걀 모양의 런던 시청사가 보인다. 아쉽게도 내부 공사 중이라 들어가보진 못했다. 대신 근처 보안관 분과 프리토크를 나눴다. 내가 여행온 이야기와 한국 소개를 전하고, 그분의 이야기도 들었다. 처음 프리토크를 경험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내용이 재미있다기 보단 ‘영어로 대화를 해냈다’는 그 성취감이 컸다. 자신감을 얻어서 우버보트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프리카 쪽에서 온 여자 세 분과 프리토크를 나눴다. 인스타도 교환했다. 한국을 좋아해서 나중에 궁금한 게 있으면 알려주기로 했다.
소호
보트에서 내려서 길을 걸으니 소호 지역에 도착했다. 젊은 피가 느껴지는 번화가였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이나 홍대 같은 느낌이다. 근처에 차이나타운도 있었는데 동인천 차이나타운보다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았다. ’피카딜리 서커스‘라고 하는 광장이 있었는데 레미제라블, 위키드 등 유명한 뮤지컬 전용관이 많았다.
1일 차 소감
● 영국 런던에 도착했다. 길바닥이 꽤 더럽다. 런던 브릿지 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본 풍경이 껌과 담배꽁초다. 계속 청소를 하는데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상했던 것보다 환경이 비슷하다. 지하철, 마트와 같은 도시 시설이 한국과 같이 있다. 가족 간 따뜻한 관계,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문화가 있다. 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사는 본질적인 원리는 어디서나 같다.
● 영국 사람 특유의 냄새가 난다. 쓰고 매운 향신료 느낌인데 사람한테서 나는건지 향수인지 모르겠다. 일단 숙소에 들어가니 그 냄새가 확 느껴졌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내게서도 냄새가 날까?
● 무단횡단이 일상이다. 신호등에서 WAIT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차량이 멈춘다. 골목이 많아서 그런지 WAIT 버튼을 누르지 않고 지나가는 게 대부분이다.
● 강을 따라 런던의 주요 명소가 자리하고 있다. 강폭이 짧아서 다리 위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강물은 보트가 많이 다녀서 그런지 꽤 더럽다. 강변에서 달리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에서 달리는 느낌인가보다.
● 대부분 나를 보며 여기 온 이유가 study인지 holyday인지 묻는다. 영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연가, 방학 같은 개념으로 holyday를 쓴다.
● 영국에서 가장 많이 쓴 표현은 ‘Can I’와 ‘Can you’다. 이 표현으로 단순한 대화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말이 길어질수록 풍부한 표현력이 필요하다.
● 런던은 관광지인데 여기 사는 사람들이 꽤 있다. 여긴 누가 살까? 아마 엄청 부자겠지?
● 숙소는 혼성이다. 남녀노소 이용객이 다양하다. 영국은 남녀 간 접근성이 한국에 비해 오픈마인드다.